[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27년 전인 1995년 6월29일. 당시 매출액 기준 대한민국 업계 제1위를 달리던 초호화 백화점이었던 데다가 롯데백화점 본점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던 삼풍백화점은 이날 오후 5시52분께 느닷없이 무너져 내렸다.
본래 아파트 상가였다가 건물 용도를 백화점으로 변경한 후 4층 건물에서 5층으로 억지로 증축하면서 기둥 둘레를 줄이는 등 부실 공사를 진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사고로 시민과 직원 등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다쳤으며 6명이 실종돼 사상자가 총 1445명이나 생기는 등 한국전쟁 이후 사상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붕괴 며칠 전부터 금이 가고 천장에서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면서 건물이 기우는 등 붕괴와 관련된 여러 징조가 있었지만 경영진은 영업을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1999년 6월30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인 놀이동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이곳에는 수도권 소재 유치원 및 초등학교 재학생 497명과 지도교사 47명이 머물고 있었다.
일부 당직교사를 제외한 모두가 잠든 오전 1시41분께 수련원 3층 C동 301호에 있던 모기향에서 옆에 있던 옷가지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순식간에 방 전체로 퍼진 불길이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날 화재는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참사 이후 합동 감식 결과 이 수련원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건물로, 청소년수련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여러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구조물로 판명됐다. 건물 내부에 설치된 화재경보기도 불량품이었고, 사용이 불가능한 빈 깡통의 소화기도 여러 개 발견됐다.
두 참사가 발생한 지 20년이 넘게 흘렀지만,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곳곳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대형 화재 참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일반 스프링클러보다 방수량이 적어 갑작스레 시작된 불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반 스프링클러는 분당 80ℓ씩 20분을 방수하지만 간이 스프링클러는 분당 50ℓ씩 10분만 방수한다. 방수량과 방수시간에 큰 차이가 있어 빚어진 사고였다.
지난해 6월 9일 16시 23분에는 광주 동구 학동에서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건물이 붕괴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했다. 건설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계획서를 무시하고 철거를 했으며, 감리사는 감독도 안 하는 등 시작부터 끝까지 안전 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정황이 발견됐다.
이 같은 붕괴 사고와 화재 사고의 경우 건물 신축 단계는 물론 관리 과정에서의 안전 의식 부족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한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