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콘셉트카 EQXX. 현지시간으로 지난 6월 21일 오전부터 이튿날 저녁까지 14시간 30분, 1202㎞를 한 번 충전만으로 달렸다.<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가 한 번 충전으로 1200㎞를 갔다. 앞서 올해 1월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지난 4월 실제 도로주행에서 1008㎞를 주행했는데 두달 만에 자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열관리 기술을 가다듬으면서 효율을 한껏 끌어올렸다.
26일 회사 측에 따르면 비전 EQXX는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영국의 실버스톤까지 1202㎞를 충전 없이 주행했다. 실제 경로상으로는 1000㎞를 조금 웃도는 거리인데 영국에 도착해서는 전용 트랙을 고속(시속 140㎞)으로 11바퀴 달렸다.
총 14시간 30분 걸렸다. 평균 속도는 시속 83㎞, 평균 에너지소비량은 100㎞를 가는 데 8.3㎾h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1㎾h당 주행거리가 12㎞를 조금 웃돌았다. 테슬라 모델3 스탠다드의 복합전비가 1㎾h당 6.1㎞, 아이오닉5 기본모델이 5.1㎞ 정도니 두 배를 웃돈다.
앞서 지난 4월 첫 주행에서는 1㎾h당 11.5㎞ 정도(8.7㎾h/100㎞)를 갔다. 당시에는 1008㎞를 주행했고 도착 후에도 주행가능거리가 140㎞ 정도 남아있었다. 이 때는 알프스를 지나는 코스가 포함됐었고 온도가 낮은 점도 에너지 효율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차는 양산 차종이 아닌 콘셉트카로 루프에는 태양전지를 얹고 100㎾h에 달하는 배터리를 달면서도 차량무게는 1755㎏에 불과하다. 공기저항계수도 일반 양산모델에선 보기 힘든 0.17Cd. 참고로 벤츠의 전기세단 EQS의 공기저항계수가 0.2 정도로 현재 양산모델 가운데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이 차는 108㎾h 정도 배터리를 쓰는데 2590㎏ 정도로 EQXX와는 800㎏ 이상 차이가 난다.
벤츠가 차량과 폐열관리 등에 집중해 항속거리를 늘렸다면,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 한 곳인 리샹은 최신 배터리를 써 한 번 충전에 1000㎞ 가는 전기차를 내놓기로 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회사 CATL이 최근 발표해 관심을 모은 ‘기린(Qilin)’이라는 최신 배터리의 첫 고객으로 이름을 올렸다.
CATL은 고유의 셀투팩(CTP) 기술 최신버전을 이 배터리에 적용, 기존 테슬라에 공급했던 물량보다 13% 이상 효율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샹은 이르면 내년 8월 내놓을 순수전기차에 이 배터리를 쓰기로 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가 한때 ‘제2의 테슬라’로 꼽혔던 배경 가운데 하나도 기존 전기차에 견줘 월등히 긴 주행거리였다.
항속거리는 전기차 보급확대의 관건으로 꼽히는 요인이다. 충전인프라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에 견줘보면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초급속방식 등 충전기술이 나아졌음에도 일정 시간 이상 걸릴 수밖에 없는 터라, 한 번 충전으로 주행거리를 늘리는 쪽으로도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앞서 벤츠의 사례처럼 차량의 성능이나 에너지·열 관리 기술을 가다듬는 쪽이 있는 한편, 배터리 자체의 효율이나 관리시스템을 끌어올리는 쪽으로도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는 전고체 배터리도 같은 맥락이다. 액체를 고체로 바꿔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무게·부피는 줄어드는 배터리로 현재보다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중인 내연기관 승용차의 경우 한 번 연료탱크를 꽉 채워 주행가능한 거리는 700㎞ 초반대부터 800㎞ 후반대 수준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같은 선에 올려두고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전기차의 항속거리가 내연기관을 훌쩍 넘어서면서 충전에 관한 심리적 부담도 대폭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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