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삼성중공업이 하루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인 4조원의 수주계약을 따내면서 하반기에도 수주 행진을 예고했다. 올해 안으로 역대급 수주 기록도 가능할 것이라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2일 버뮤다 지역 선주로부터 17만4000㎥급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1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수주 금액은 총 3조3310억원으로 조선업 역사상 단일 선박 건조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작년 3월 삼성중공업이 세운 종전 최대 기록(컨테이너선 20척, 2조8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아울러 같은날 아프리카 지역 선주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추가로 수주, 하루에만 3조9000억원 수주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줄액의 절반이 넘는(59%) 규모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기록은 10년 동안 절치부심 끝에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사례로 자리잡았다. 올해 LNG선 발주량이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해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로 굳건했던 1등 자리를 잠시 내놓아 했지만 LNG선을 중심으로 중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전세계 선종별 발주량을 살펴보면 올해 14만m³(입방미터) 이상 대형 LNG선은 증가한 반면, 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벌크선은 모두 감소했다.
LNG선 선가 역시 다른 선종 대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글로벌 조선사들은 LNG선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은 상하이 조선소 생산 재개에 힘입어 하반기 신규 선박 수주량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와 싸우면서 공급망 차질과 소재 수급 부족을 모두 이겨낸 최근 수 개월 동안 이뤄낸 성과는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이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을 뛰어넘고 글로벌 수주 점유율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과 기술력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LNG선에 대해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 이어지고 선가도 상승하면서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초 2억1000만달러(약 2706억원)에 거래가 시작됐던 17만4000㎥급 LNG 운반선은 이달 둘째주 기준 2억2900만달러(약 2951억원)로 올랐다. 1년 전 같은 기간 1억8900만달러(약 2436억원)와 비교해 21% 급증한 수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요 조선사들이 일감을 다수 확보하면서 배를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어 LNG 운반선 수요가 몰리면 선박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 하면서 그 여파로 LNG 운반선 시장의 호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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