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권현지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2일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징계 결정을 2주 후로 미루면서 사실상 징계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리위가 이날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된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절차를 개시해 이 대표 책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 이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회 출범만 짧게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전날 오후 7시부터 5시간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 대표 징계 여부는 결론 내지 못했다. 이 대표에 대해선 다음 달 7일 다시 회의를 열고 소명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심의가 2주 미뤄지자 23일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평소와 달리 발언을 삼갔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는 날"이라면서 "앞으로 혁신위 활동을 통해 대선과 지선 승리를 넘어 확실하게 저희가 의회에서도 다수가 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닦는 역할을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회의 후 이 대표는 기자들과 진행하는 질의응답도 생략한 채 당 대표실로 이동했다. 윤리위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윤리위의 결정 보류에 대해 이 대표 징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흘러 나왔다. 김철근 정무실장을 먼저 징계한 다음 연이어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는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인 6070세대가 이 대표를 길들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윤리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상식적이라면 윤리위에서 바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게 아니라 당무감사실에 조사를 요청해서 수사기관과 별도로 당 자체에서 진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것"이라며 "윤리위가 어떤 조사도 없이 징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윤리위가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또 다른 라디오에서 "윤리위가 자해 정치, 이준석 망신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은 "계속해서 오래 가서 될 일은 아니다"며 "책임 있는 여당의 입장인데 빨리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도중 이준석 대표 어깨를 내려치고 있다. 이 대표는 회의 참석하는 도중 인사차 건네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부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당 내홍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친윤석열(친윤)계를 중심으로 당대표 사퇴를 압박하면서 조기전당대회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히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힘을 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는 감사원장 출신인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혁신위원회를 승인했다. 출범 초반 ‘이준석 사조직’이란 비판까지 받았지만 3선 조해진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고 최고위원 전원이 1명씩 추천한 인사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최 의원은 이날 의결에 앞서 "총선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국정 수행을 위해 당 혁신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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