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석양은 해변에서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각각으로 변하였다. 너무나 속히 황혼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100년 전, ‘조선의 모파상’이라 불린 소설가 이태준은 부산 해운대의 정취를 소설 ‘석양’에서 이같이 그려냈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풍광이 너무도 빨리 사라져버리기에, 다가올 어둠의 무게는 이내 황혼으로 접어두었다. 흑암이 뒤덮던 바닷가는 한 세기 사이 별빛보다 반짝이는 야경을 품은 공간으로 변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잠했던 여행 수요가 더해지면서 지금 부산의 밤은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 밝게 빛나는 여행지 주무대로 새롭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
석양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바다 위를 시원하게 가르는 광안대교와 높게 솟은 마린시티의 마천루가 기다렸다는 듯 불을 밝힌다. 바다 위를 유유히 오가는 요트는 최근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코스로 통한다. 해질녘인 오후 7시 이후로 요트 투어가 시작되는 해운대 선착장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고 나가는 요트가 광안대교에 가까워오면 멀리 보이는 마린시티 야경이 마치 별빛처럼 쏟아지듯 배경을 장식한다. ‘인생사진’을 찍기 위한 손놀림이 잦아질 때 쯤 이벤트로 준비된 불꽃놀이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바다 위 야경만큼이나 고즈넉한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밤풍경 또한 부산의 매력을 더한다. 조선시대 화급을 다투는 군사정보를 전달했던 봉수대가 자리한 황령산 전망대는 그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고요함 속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새로운 야경 명소로 떠올랐다.
부산진구, 연제구, 수영구, 남구 등 부산 4개 구에 걸쳐 우뚝 솟은 황령산은 형형색색 빛나는 송신탑과 전망대 아래로 광안리, 해운대, 동래 등 바다와 옛 도심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활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천마산하늘전망대는 한국전쟁 후 피란민들이 몰리면서 개발된 도시의 역사를 품은 산동네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부산 원도심과 부산항 일대가 일렬로 늘어서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영도 봉래산과 이기대수변공원, 그 옆으로 영도대교와 부산항대교가 낯선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재생 공간 ‘F1963’은 새로운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람과 댓잎이 부딪혀 내는 소리가 아름다운 맹종죽 소리길을 지나면 1963년부터 45년간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F1963이 방문객을 맞는다. 공장에서 실제 사용했던 기계들이 곳곳에 자리한 테라로사 수영점을 비롯해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서점인 예스24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과거 와이어 가득했던 공간을 새롭게 채우고 있다.
산 40%, 해안 평지 30%, 들 30%로 구성된 부산은 전쟁 후 폐허가 된 피란민의 도시에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첨단 도시로 눈부신 변화를 이뤄냈다. 그 역동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부산 야간 투어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새로운 스토리 여행 프로그램으로 휴가를 맞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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