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5G 상용화 4년 차에도 28㎓ 고주파 대역 활용성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정책 방향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와 국회서 앞다퉈 제기되고 있다. 먼저 상용화에 나선 미국, 일본이 사실상 28㎓ 투자를 중단한 가운데 우리나라 통신 3사 역시 28㎓ 기지국 의무구축률이 간신히 10%를 넘기고 있어 현실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주관한 ‘바람직한 5G 28㎓ 주파수 정책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5G 28㎓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는 근본적으로 초광대역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꿈의 5G’로 기대감을 모았던 5G 28㎓ 대역은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를 지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촘촘하게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킬러 콘텐츠 부재, 관련 수익 모델도 없다 보니 통신 3사들이 모두 외면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 3사 28㎓ 기지국 의무 이행률은 11.2% 수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취소 기준인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지하철 와이파이 공동 구축을 할당량 이행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토종 통신 기술로 이름을 높였으나 뒤안길로 사라진 와이브로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킬러 서비스 부재와 단말, 장비, 서비스 생태계 미비 등으로 과거 와이브로 사례와 유사하다"면서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역시 28㎓ 투자를 답보하고 있다"고했다.
28㎓ 주파수 대역 활용 고민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5G 최초 상용화에서 한국에 밀린 미국은 28㎓ 대역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중대역(C-밴드) 개발에 다시 초점을 맞춘 5G 정책을 설계했다. 좁은 커버리지와 잦은 끊김 등 28㎓ 활용에 따른 제약으로 실제 활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통신사 대리점 등을 중심으로 28㎓ 기지국을 구축했지만 사용 가능한 장소가 극히 제한돼 있어 활용도가 낮다. 일본 역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지난 3월 국가인프라정비계획을 통해 5G 중대역 커버리지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역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통신 3사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투자를 요구하기도 어렵고, 28㎓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기도 어렵다. 시장에선 내달 7일 이종호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28㎓ 주파수 정책 방향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 주파수 대역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수십조 원의 투자를 하라는 것은 지나친 부담"이라며 "5G 3.5㎓ 대역 등 실제 수요가 있는 중대역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선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5G 28㎓ 주파수 대역은 할당 4년 차를 맞고 있으나 실제 상용화 사례가 없고, 이동통신 3사 각각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확보한 주파수 이용권(무형자산) 대부분을 회계적으로 손상 처리하는 등 서비스·단말 관련 생태계가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술, 시장, 소비자를 바라보면서 현실적인 주파수 활용 정책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