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시스템 전문 스타트업 아모지와 3000만달러(약 380억원) 규모 투자계약 및 기술 협력 강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왼쪽부터 김철중 SK이노 포트폴리오 부문장, 김준 SK이노 부회장, 우성훈 아모지 최고경영자(CEO), 이성준 SK이노 환경과학기술원장.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SK이노베이션 이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 속도를 높이고 있다. 김준 부회장이 직접 미국에서 개최한 글로벌 포럼에서 원자력·전기차 배터리·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한지 이틀 만에 '암모니아' 카드를 새로 제시했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로 연료전지를 만드는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수소 전환 이전 대체 연료 중 하나인 암모니아까지 투자 폭을 넓히면서 2050년 이전까지 탄소중립(넷 제로)을 실현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SK이노는 미국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 전문기업인 아모지에 3000만달러(약 380억원)를 투자하고 기술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투자계약·기술협력 양해각서(MOU) 협약식을 열었다.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 개발·시장 확대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협약식엔 김준 부회장, 김철중 포트폴리오부문장, 이성준 환경과학기술원장 등 SK이노 측 인사와 우성훈 아모지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암모니아는 기술·경제성 확보까지 시간이 걸리는 수소 전환 이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대체 연료 중 하나다. SK이노가 투자에 나선 것도 친환경 수소경제 활성화 전까지 암모니아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소 연료전지 기술이 보급되려면 수소 생산지부터 사용지까지 저장·운반하는 능력을 극대화해 단가를 낮추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현 기술 수준으로는 수소를 영하 253℃ 초저온 액화 방식으로만 운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SK이노가 암모니아를 대체 연료로 일정 기간은 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암모니아 저장·운반 액화점은 영하 33℃다. 수소보다 액화에 드는 에너지 총량과 탄소 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 1kg을 호주에서 들여올 경우 액화수소는 3.4달러가 드는데 액화 암모니아는 1.7달러만 내면 된다. 액화 수소 방식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수소를 담을 수도 있다. 국제 암모니아 생산 규모는 2017년 기준 연 1억8000만t, 운송 규모는 1800만t에 이른다. 이미 유통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아모지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출신 박사급 인력이 경영과 연구개발(R&D)를 주도하는 유망한 회사다. 설립 3년차지만 소형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 관련 높은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미 유통업체 아마존, 영국 수소산업 전문 투자업체 AP벤처스 등 주주들을 확보했다. 아모지는 5kW급 드론, 100kW급 트랙터에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한 실증 테스트를 마쳤다. 내년까지 트럭과 선박 등 대형 산업용 모빌리티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 500㎾급 암모니아 연료전지 단일 제품은 물론 이를 모듈화한 5㎿ 발전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5㎿는 1000t급 중형 선박에 쓸 수 있는 규모다.
SK이노는 아모지의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 상업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모지의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은 암모니아 탱크, 개질기(수소 추출) 및 수소 연료전지가 소형으로 일체화돼 있다. 출력도 높아 탈(脫)탄소가 시급히 요구되는 대형 선박, 트럭 등의 상업용 운송수단과 최근 성장 중인 무탄소 지게차, 농기계, 드론 같은 친환경 산업용 모빌리티 시장 등에 두루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철중 부문장은 "SK이노의 '카본 투 그린(탄소에서 친환경으로)' 전략과 아모지의 차별적인 기술력이 결합해 첫 결실을 맺게 됐다"며 "(암모니아) 사업의 성공은 물론 (원자력·수소 등) 무·저탄소 에너지를 적극 개발·활용해 친환경 포트폴리오 구축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훈 CEO는 "21세기 중반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형 운송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고, 암모니아는 확보하기 쉽고 지속 가능한 탄소감축 수단"이라며 "탈탄소 산업 관련 기술 발전 속도를 높여 온실가스 제거 기업 중 선두 주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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