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유치원생에게 매운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동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13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해 11월 유치원생들에게 매운 급식을 제공하는 것도 아동 인권 침해에 해당된다며 교육부와 초등학교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병설유치원생의 경우 초등학생과 같은 급식을 먹게 되는데, 이때 매운 급식이 나올 경우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유·아동은 급식이 매워 먹지 못하거나 배앓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단체는 진정서에 "(유아가) 매운 음식을 과도하게 먹으면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고 장 점막을 자극해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유아는 성인보다 미뢰가 예민해서 같은 정도의 매운맛이라도 강한 통증으로 느낄 수 있다"며 "매운 급식을 강요하는 행위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움을 느끼고 견디는 정도는 개인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유·아동에게 매움(고통)을 참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위"라며 "일부 아동들이 먹지 못하는 (매운)음식을 제공하고, 배고픔을 유발하고 방치하는 것도 명백한 차별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어느 정도의 매움이 아동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준 마련이 불가능하다"며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매운맛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며 "조리 과정에서 '매움'에 대한 객관적인 수준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교육부가 '유치원 급식 운영·영양 관리 안내서'를 교육청 및 유치원 등에 배포해 아동들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각급 학교도 매운 음식 등에 간장 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덜 매운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이 사건은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권위의 진정 기각에 정치하는 엄마들은 유감을 표하고 불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대체식을 제공하지 않고 매움을 참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면서 "매움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매운 음식을 견디게 할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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