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애로신고 155건…경제계 "정부, 업무개시 명령 검토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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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문채석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휴일인 12일까지 엿새째 이어지면서 물류 차질이 확산하고 있다. 무역협회가 접수한 화물연대 파업 관련 애로신고는 155건에 달한다. 경제계는 정부에 업무개시 명령을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무협, 총 155건 애로사항 접수

한국무역협회가 전날 오전 10시까지 화주들로부터 접수받은 화물연대 파업 관련 애로신고는 총 155건으로 집계됐다. 수입 관련이 53건(34.2%)으로 이 중 원자재 조달 차질이 24건(15.5%), 생산 중단이 14건(9.0%), 물류비 증가가 15건(9.7%)이었다. 수출 관련은 총 102건(65.8%)으로 이 가운데 납품 지연이 39건(25.2%), 위약금 발생이 34건(21.9%), 선적 차질이 29건(18.7%)이었다.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수출 제품을 선적할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수출품 운송이 지연돼 어렵게 확보한 선박을 놓쳤다는 화주들의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A사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물류가 중단되자 추가적인 체선료와 보관 비용뿐 아니라 항공운송 전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계탕과 오리털을 생산해 수출하는 B사는 생산 직후 출고시켜야 하는 오리털의 특성상 사흘간 6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철도차량 부품을 수출하는 C사는 중국에서 들여온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입하지 못해 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최대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위기에 처했다.


길어지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경제계는 국가물류를 볼모로 하는 극단적인 투쟁이라며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대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총 31개 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운송사업자 단체인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서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은 물론 자동차 및 전자부품의 수급도 차질을 빚고 있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무역에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상수송대책을 통한 물류대란 최소화, 대화를 통한 원만한 문제해결에 노력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국가경제 피해와 함께 국민생활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위기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지 자신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대화를 거부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가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화물연대가 장기간 운송거부를이어가는 것은 국가물류를 볼모로 하는 극단적인 투쟁에 불과하다"며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들의 위기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한다"며 "특히 화물연대의 운송방해, 폭력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서 화물연대 파업피해…시멘트재고 바닥서 생산차 운송차질까지

파업 장기화로 전국 곳곳에서 물류 운송 차질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강원, 충북, 충남, 제주 등 전국 건설 현장에서는 장기간 시멘트 운송 중단으로 공사 중단 사태가 우려된다.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화물 운송 노동자의 동참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벌였다. 강원에선 영월 한일시멘트, 동해 쌍용씨앤이, 강릉 한라시멘트 정물 앞 등 세 곳에서 파업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에서 물리적인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비조합원들이 운행을 꺼리면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드나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충북에서도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성신양회 단양공장, 한일현대시멘트 단양공장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BCT를 이용한 시멘트 육로수송이 중단되면서 생산한 시멘트를 일시 저장하는 사일로가 가득 차 공장 가동 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일시멘트 측은 "사일로 만실이 임박해 완제품 생산을 위한 최종 공정이 불가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레미콘업체들도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에서는 서산 대산공단 등 10여곳에서 파업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공주 한일시멘트는 파업 이후 물량 운송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서산공단과 당진 철강회사 등은 임시 야적장에 물량을 쌓아놓고 있다가 급한 물량만 파업 집회나 차량 운행 감시가 끝나는 오후 9시 이후 새벽까지의 시간대를 이용해 물량을 실어 나르는 형편이다. 업체 측은 일단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내주 초까지 파업이 지속하면 정체 물량이 쌓이면서 비상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화물연대 제주지부는 제주항 6부두에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내륙지역에서 시멘트 등 자재 등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건설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필수인 골조 공사 현장의 경우 당장 13일부터 공사 중단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차 출하, 주요 항구의 컨테이너 반·출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아자동차 오토랜드 광명에서 5㎞ 떨어진 경륜장 주차장에는 수출용 완성차 300여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다. 항구로 운송되지 못한 차량을 둘 곳이 없어지자 인근 주차장을 빌려 완성차들을 보관하는 것이다.


오토랜드 광명·화성 공장과 계약한 카 캐리어(차량 운반차) 200대 중 98%가 화물연대에 속해 있어 완성차 수송이 지연되고 있다. 부산항은 전날인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5167TEU로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4분의 1 수준(23.9%)으로 줄었다.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화물 반출입량은 평상시의 10∼2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장치장의 포화 정도를 의미하는 장치율은 81.1%로 지난달 평균인 79.1%보다 2% 포인트 더 높다.


조합원들의 산발 집회와 봉쇄 투쟁이 계속되는 경기 의왕 내륙 컨테이너 기지(ICD)의 하루 반출입물량은 평시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소가스의 경우 충남 7개 공급처 가운데 대산에 있는 2개소가 물량을 밖으로 내오지 못해 대전 수소충전소 등에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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