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가 11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보수당 첫 30대 당수로 쇄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던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두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과 정면충돌하면서 포용과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동시에 받는다.
당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탄핵 정국 이후 지지 기반이 사실상 붕괴됐던 국민의힘에 청년들이 들어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토론배틀’을 열고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도입하는 등 선거 국면에서 이슈를 선점하면서 젊은 정치인으로서의 이 대표가 보여준 역량은 대부분 인정한다.
그러나 당 대표가 보여야 할 미덕 중 하나인 포용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는 이 대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와 지하철 시위를 두고 벌인 논쟁은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이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공개적인 비판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편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돌연 잠적했고 최근엔 정 의원과 페이스북 설전을 연일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비판에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고 비판에 또 일일이 대응하거나 대꾸할 필요도 없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한 초선 의원도 "이 대표가 맞는 말을 한다고 해도 기성 정치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 중진 의원은 "2030세대는 이 대표에 대한 팬덤이 형성돼 있지만 50대 이상 당원들은 상당히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혁신위원회’ 설치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2년 뒤 치러질 총선에 앞서 공천 절차 및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위원장을 최재형 의원이 맡게 되면서 재선 이상 의원들이 위원으로 들어가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위원회에 합류하기로 했던 정희용 의원도 부정적 여론 탓에 위원직을 고사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체제가 내년 6월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특히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점은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성상납 의혹 연루만으로도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여론이 당내에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다선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만큼 교체해야 한다는 명분은 약하다"면서도 "대선 때 잠적한 행태 등에 대해 당원들의 불만이 여전해 조기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임 1주년에 맞춰 오는 12일 기자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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