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 2020년 경기 북부에 거주하던 20대 A씨는 지역 선후배나 인터넷카페를 통해 보험빵을 시도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이들은 차량에 동승한 뒤 차선변경 위반 차량 등을 노려 일부러 교통사고를 냈다. 이후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하는 방법으로 약 10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의정부경찰서는 A씨를 비롯한 총책 6명을 포함해 보험사기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총 108명을 검거했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20대가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보험사기범 10명 중에서 2명은 20대였다. 최근 3년간 20대의 보험사기 증가율은 연평균 15.7%에 달했다.
이들은 주로 자동차보험 사기에 집중했다. 지난해 20대가 저지른 보험사기의 83.1%가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였다. 자동차보험 사기 중에서도 속칭 ‘보험빵’이라고 불리는 고의충돌이 가장 큰 문제였다.
보험빵은 차선변경 등 법규위반 차량을 골라 고의로 충돌사고를 내거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공모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 수법이다. 고의충돌이 20대 자동차보험 사기의 약 40%에 달했다. 음주무면허(12.6%), 운전자바꿔치기(8.2%) 등이 뒤를 이었다.
보험빵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주도자 1, 2명이 수십 명의 가담자를 끌어들여 사기를 벌이는 행태다. 처음에는 주변의 지인들을 포섭하다가 나중에는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국으로 확대된다.
보험사기꾼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인터넷 카페에는 "경기 ㄷㅋ(뒷쿵) 공격 구합니다" "충청도 ㄷㅋ 해주실 분" 등과 같은 방식으로 보험사기 참가자를 모집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2020년 9월에 서울경찰청에 검거된 53명에 이르는 보험사기단 역시 10, 20대가 공모해 저지른 일이었다. 지역 선후배로 이뤄진 이들은 렌터카를 빌려 법규위반 차량 등에 일부로 충돌한 뒤,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하는 수법으로 약 2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수도권의 한 도시에서 사기를 시작했던 이들은 해당지역에서 유사한 보험사기자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서울 강남지역까지 상경해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20대의 보험사기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층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자리가 줄면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찾지 못한 20대들이 사기에 가담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보험이 보험사기에 너무 취약한 구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중에서 적발인원 기준으로 59.8%가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였고 이는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경미한 사고로 몸에 큰 이상이 없음에도 병원에 몇 주 씩 입원하며 속칭 ‘나이롱 환자’가 된다거나 다치지도 않았는데 허위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처벌이 경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대담하게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사기 증가는 결국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로 돌아온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역대 최대인 9434억원이었다. 이는 고스란히 공민영 보험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킨다. 다른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구조다.
김기용 손해보험협회 보험사기조사팀장은 "보험사기에 의한 의료 이용량 증가는 실손보험 등 민영보험뿐만 아니라 공적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시킨다"며 "특히 실손보험은 요율 조정을 통해 보험료가 변동되는 상품으로 보험사기로 인해 예상치 못한 지급보험금 총액이 증가하면 다수의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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