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앞 '욕설 시위'에 대항한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 '맞불' 성격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법 원칙'을 강조한 이후, 시위를 둘러싼 논쟁이 진영 간 갈등으로 확산하는 모양이다.
지난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의 일명 '7시간 녹취록'을 공개했던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 등은 최근 윤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인근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백 대표는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천인공노할 정치 보복성 욕설 소음 테러를 적극적으로 제지하기는커녕 이들의 범법 행태를 방조하고 옹호하며 민주주의 헌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이 시위는 윤석열이 양산 시위에 대해 사과하고 양산 시위가 전면 중단될 때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욕설·고성 시위로 문 전 대통령과 양산 주민들이 고통받는 것처럼,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똑같이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용산구 대통령실 출근길에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시위를 자제하도록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야권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혐오 시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일각에선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을 향한 시위의 성격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태섭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이) 불편을 겪고 계신 문 전 대통령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정도의 답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윤 대통령 발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 전 의원은 "마을 주민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의 과격한 시위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통합으로 나아가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정부 요직의 '검찰 출신 인사 편중' 지적과 관련해 내놓은 답변도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기조에 빗대 현 정부의 인선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상대 진영을 에둘러 겨냥하는 식의 화법이 오히려 갈등을 촉발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변이 무슨 국가기관, 권력기관인가. 본인이 (전 정부와) 다르게 하면 되는 것이지, '전 정부가 이렇게 했다. 그러니까 나도 할래'라고 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정권이 '더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반문하는 것은 결국 말꼬리를 잡혀서 문 정권과 똑같은 인사 편향을 수긍하는 셈이 된다. 가장 피해야 할 반박 논리가 '너희도 그러지 않았냐'는 도긴개긴의 비교방식"이라며 "문 정권이 민변으로 도배했지만 '우리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해야 정치적으로 이기는 화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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