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선물 하루에만 1조 넘게 투하…"외국인 왜 한국 시장서 발 빼나"

코스피200선물 1.4만개 내던져 '10개월만에 최대치 기록'
국채 선물 연일 1만개씩 대량 순매도…한달간 5.5만개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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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한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주식 선물 시장에선 최근 10개월 만에 대규모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자금을 뺐다. 채권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한국 금융 시장과 경기 성장성을 극히 부정적으로 내다보면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빼 대응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전날 코스피200 선물을 1만4610계약 순매도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조2698억원어치다. 지난해 8월10일 1만5982계약(1조7158억원어치)을 순매도한 이후 최대치 기록이다.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뺐다는 것은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으로 시장 지표가 악화할 것으로 판단해 유동성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특히 하루에 1만계약 이상의 선물 매도는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흔들린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재반등하는 가운데 물가 압력도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가 스프레드 거래에 대거 참여하는 이번주에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외국인이 1개 분기 만에 매수 롤오버를 진행한다면 지수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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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3년 국채 선물을 연일 대규모로 매도하면서 경고음이 커졌다. 최근 4거래일 연속 1만계약씩 내던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1만4625계약, 2일과 3일은 각각 1만4302계약, 1만1925계약을 순매도했다. 금액으로는 1조5437어원, 1조5046억원, 1조2529억원에 달한다. 1조원 이상 쏟아낸 것은 지난 3월22일(1조2034억원) 이후 처음이다. 더불어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1만계약이 넘는 순매도세를 나타낸 것은 작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전날에도 1만1733계약(1조2308억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한 달간 순매도 규모는 5만5544계약(5조8522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은행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스탠스와 경기 둔화 우려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률이 워낙 높게 나오면서 한국은행이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고, 경기 둔화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매파적인 보고서도 속속 발간되고 있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는 현재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빠르고 높이 올리는 경우에 기인한다"면서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수정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지만, 하반기에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커 인플레이션발 경기 둔화 우려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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