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부터 소주 가격 인상이 예고된 28일 서울 시내의 한 주류판매점에서 한 소비자가 소주를 고르고 있다. 주류업계는 정부의 주류세 개편안을 두고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임춘한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 차주들의 파업으로 촉발된 '소주 대란'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 전체 소주 생산량의 70%를 맡고 있는 이천·청주 공장에서 소주 제품 출고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가 노조의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공급 불안정 사태가 심화하는 탓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당장 편의점 업계에서 소주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4일부터 각 점포에서 발주할 때 병과 페트 제품을 각각 1박스씩만 주문할 수 있다. 이마트24는 병 제품의 경우 3박스까지만 발주하도록 제한을 뒀고, 페트 제품은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은 상태다. 미니스톱은 병은 1박스씩, 페트 제품은 10개씩만 발주할 수 있도록 했다. CU는 이날부터 일부 물류센터에서 출고되는 참이슬 후레쉬 병 제품에 대한 발주 정지를 결정했다. GS25는 당장은 기존 재고로 운영 가능해 별도의 발주 제한을 걸진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편의점이 당장은 재고로 버티는 상황이지만 주말부터는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편의점에 이어 대형마트와 도매상, 일반 음식점 등 다른 주류 취급 업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 명은 지난 3월 말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일엔 파업에 참여한 화물 차주들이 다른 화물차주의 배송을 막으면서 이천공장에서 재고가 넘쳐 한시적으로 제품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두 공장의 출고 물량도 평소의 59% 수준으로 떨어졌었다.
하이트진로 측은 추가 운송사 계약을 통해 최대한 물류 배송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장에서 제품을 가져오는 길이 막혀서다. 노조는 운송료와 공병 운임 인상을 비롯해 차량 광고비, 공회전·대기 비용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우선 공장에서 납품처로 오가는 길이 막힌 탓에 급하게 수배한 차량도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회사도 피해를 입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소주를 취급하는 업체나 중소상인에게도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전 0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오전 10시부턴 전국 16곳에서 출정식을 갖고 주요 항만과 물류 터미널 등에서 봉쇄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총파업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화물연대의 운송방해와 시설점거 등 불법행위가 예상되는 항만·물류 터미널·산업단지 등 주요 물류 거점에 경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했다. 운송 방해 목적의 불법행위 발생 시엔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하고 주동자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방침이다. 특히 차량을 이용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처벌과 함께 관련 법령에 따라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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