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확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내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6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세워져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 일몰제 등을 요구하며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와 함께 공권력 투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화물연대는 무기한 전면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전날 조합원 2만5000명에게 총파업 행동지침을 전파했고 주요 항만 및 물류 터미널 등의 시설 점거 및 운행 방해 등을 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엔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연다. 다만 대규모 집회 및 시위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화물연대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 다시 총파업을 벌인 이유는 안전운임 일몰제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해줬던 제도지만 일몰제로 인해 올해 폐지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경유는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는 등 화물 노동자들의 유류비 지출이 커지고 있다. 만약 관련 법 개정 없이 그대로 제도가 사라진다면 적정임금 보장이 안 된다는 게 노동자 측 설명이다.
이들은 정부가 미봉책만 세운다고도 날을 세웠다. 정부는 경유 가격이 기준가격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유가연동보조금 제도를 내놓았지만 화물연대 측은 턱없이 부족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지난 2일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국토부)와 1차 교섭을 가지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 가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측은 “국토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화주·운수사 단체와 함께 화물연대 집단행동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며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며 더 나아가 도로 위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물류차질은 불가피하다. 전체 화물노동자 42만명 가운데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은 약 6% 정도로 크지 않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다루는 품목은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는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 등에 몰려 있다. 이미 국내 소주업체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소주 발주를 제한받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정부는 강경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불법행위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공권력 투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화물연대의 파업이 불법성을 보일 경우 현장 검거 등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내륙컨테이너기지(ICD)와 평택항, 기타 사업장에 경찰력 16개 중대 1200여명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강제해산 등 적극적 행위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공권력 투입을 극도로 자제했던 지난 정부에서 곧바로 기조를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여러 반응들은 경고성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며 “약간의 불법성을 보인다고 강제해산 등 적극적 행위를 하기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친노동 노선이었던 지난 정부와는 달리 질서 유지에 방점을 찍는 행보를 점차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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