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오는 15일 한국의 첫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된다. 2013년 나로호와 다른 점은 뭔지, 2차 발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지 살펴 본다. 누리호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한국의 독자적 우주 개척 및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 국제 우주 협력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2013년 러시아와의 합작으로 나로호(KSLV-I)라는 우주 발사체를 성공 발사한 바 있다. 총 5205억원이 들었고, 2009년, 2010년 두 차례의 실패한 후 3수 끝에 목표 고도 300km에 도달하고 페어링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나로호는 2단으로 돼 있는 데, 1단은 170t 추력의 액체엔진, 2단은 7t 추력의 고체엔진으로 각각 구성됐다. 총중량 140t, 탑재 중량 100kg, 총길이 33.5m, 최대 직경 2.9m 짜리 소형 발사체였다. 그러나 나로호는 1단부 엔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국산 발사체'는 아니었다.
이에 비해 누리호는 1, 2, 3단부 모든 부품과 구조체를 국내 기술로 제작해 순수한 독자 기술로 완성했다. 러시아와 나로호 사업을 추진하면서 습득한 기술로 30t짜리 액체 엔진을 만들어 본 후 2010년부터 10여년에 걸쳐 75t짜리 중대형 액체엔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엔진 클러스터링(clustering), 대형 추진제 탱크, 페이로드 페어링, 첨단 발사대ㆍ운용체계 등도 모두 독자적으로 설계ㆍ제작했다. 누리호는 그러나 1.5t의 화물 탑재 중량을 지닌 중형 발사체로 나로호보다 훨씬 크다. 무게만 해도 200t에 달하고 길이 47.2m, 최대 직경 3.5m에 이른다. 1단에 75t짜리 엔진 4개를 묶어 300t의 추력을 지니며, 2단은 75t 액체 엔진 1기를 달았다. 3단엔 7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됐다. 예산도 1조9572억원이 10년간 투입되는 등 나로호보다 훨씬 큰 사업이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이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원본보기 아이콘누리호는 오는 15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하반로 508, 즉 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된다. 가능한 오후 3~7시대에 발사될 예정이다. 다만 당일 나로도 상공의 풍속ㆍ구름ㆍ낙뢰 여부 등 기상 상황과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고려해 최종 시점이 정해진다. 만약 미뤄지면 다음날부터 일주일이 예비 기간으로 정해져 있다. 현재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 조립동에서 조립이 완료된 상태인 누리호는 하루 전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발사대로 이송된 후 수직으로 세워져 발사패드에 고정된다. 이후 탯줄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엄빌리칼이 연결돼 연료ㆍ전기 계통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이뤄진다. 발사 4시간 전부터 연료ㆍ산화제가 주입되며, 최종 점검 결과 이상이 없을 경우 발사 10분 전 부터 카운트다운, 즉 발사자동운용이 시작된다. 발사 시간이 되면 1단부의 300t급 엔진(75t급 엔진 4개)이 점화되고 고정장치가 해제 된다. 몇초 후 충분한 추력이 형성되면 발사체가 이륙하면서 발사대와 연결된 엄빌리칼 플레이트가 분리된다. 누리호는 이륙 후 약 127초 뒤에 고도 57km에서 이르면 1단이 분리된다. 233초 후 고도 191km에서 페어링, 274초 후 고도 258km에서 2단이 각각 분리된다. 특히 발사 후 약 15분, 정확히 897초 후 목표 고도인 700km에 이르면 성능검증위성이 떨어져 나가고, 약 70초 후에는 위성 모사체가 분리된다. 여기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기술진들은 약 30분 후 데이터 분석을 거쳐 발사 성공을 최종적으로 선언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21일 1차 발사 때는 목표 고도 도달까지 모든 과정이 정상 진행됐지만 마지막 3단부 엔진에 문제가 생겨 예정보다 46초 빨리 꺼지면서 위성 모사체가 탄력을 받지 못해 궤도 진입에 실패하는 등 '미완의 성공'에 그친 바 있다.
이같은 누리호의 발사는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지휘센터(MDC)에서 총괄 지휘한다. 발사된 누리호를 추적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에 추적 레이더 및 텔레메트리 안테나가 설치돼 운용된다. 비행 후반부의 추적은 필리핀 팔라우에 설치된 텔레메트리 안테나가 맡는다. 특히 나로우주센터에는 최대 3000km까지 발사체를 추적해 실시간 위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추적 레이더와 최대 2000km까지 비행 궤적, 동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가 운영된다. 누리호는 제주도와 일본 후쿠에지마에서 각각 약 100km 떨어진 곳을 지나 비행한다. 1단부는 발사장에서 약 413km, 2단부는 약 2800km, 페어링은 약 1514km 떨어진 해상에 각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사 당일 누리호 발사대를 중심으로 반경 3km 이내의 육상이 통제된다. 해상에서도 비행 방향으로 폭 24km, 길이 78km의 해역에 모든 선박 등의 출입이 금지된다. 하늘에서도 비행 방향 폭 44km, 길이 95km의 비행 금지 구역이 설치된다.
이번 누리호 2차 발사 때는 약 200kg의 성능 검증 위성과 1.3t의 위성 모사체가 페이로드에 실려 궤도에 올라간다. 이중 성능섬증위성은 단순히 탑재체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학실험과 성능 검증을 맡게 된다. 성능검증위성에는 우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제작한 발열전지(ETG)가 실리는데, 무게는 1kg 미만이고 크기도 직경 85mm, 높이 125mm에 불과하지만 온도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 최첨단 제품이다. 이 발열전지는 향후 달 착륙 탐사 때 활용될 예정이다. 또 민간업체 져스텍이 개발한 제어모멘트자이로(CMG)도 장착돼 성능 검증에 들어간다. 이 장치는 우주 발사체, 즉 위성이나 탐사선 등의 자세 제어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의 과제로 선정돼 있다. 또 우주에서 지구의 지상국과 통신을 주고받는 S-band 안테나도 이번에 성능을 검증한다. 역시 우주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로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 과제다. 이밖에 큐브위성 발사관, 영상촬영ㆍ전송을 위한 VCS 등도 부착돼 있다.
성능검증위성 내부에 탑재됐다가 나중에 차례로 사출되는 큐브 위성들도 관심사다. 조선대가 제작한 국내 최초 전자광학ㆍ중적외선ㆍ장적외선 다중밴드 지구관측 위성(STEP Cube Lab-II), 서울대의 정밀 위성항법시스템(GPS) 반송파 신호를 활용한 지구대기관측 GPS RQ(Radio Occultation) 데이터 수집용 'SNUGLITE-II' 위성이 실린다. 또 카이스트의 초분광 카메라 지구관측 위성 RANDEV, 연세대의 미세먼지 모니터링 위성 MIMAN도 실려 있다. 이들 큐브 위성들은 오는 23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차례대로 성능 검증 위성에서 사출돼 임무에 들어간다.
2조원 짜리 누리호 사업은 1, 2차 발사로 마무리 되지만 한국의 독자적 우주 개척을 위한 마중물이다. 우선 정부는 누리호 발사체의 성능을 계속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한편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4차례 더 발사할 예정이다. 2023년에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탑재해 궤도에 올리는 임무를 띈다. 사상 처음으로 우리 발사체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또 2024년, 2026년, 2027년에도 각각 반복 발사를 신뢰도를 검증하며, 초소형 위성 1호기 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약 2조원을 추가 투자해 누리호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국제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고 달, 화성, 소행성 탐사 등 심우주 개척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누리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는 첨단 기술로 여러 번 사용하도록 개발된다. 자원과 비용을 절약, 발사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액체산소-케로신 기반 2단형 발사체로 개발된다. 1단 엔진은 10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5기가 클러스터링 된다. 재점화ㆍ추력조절 등 재사용발사체 기반기술도 적용된다. 2단 엔진은 1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2기로 구성되고 다회점화ㆍ추력조절 등의 기능을 탑재한다. 구체적으로 달 전이궤도 1.8t급, 화성전이궤도 1.0t급 탐사선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2030년 이후로 계획된 달 착륙 탐사선에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한다.
KARI 관계자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통해 신뢰성을 축적하면서 국내 산업체들을 육성ㆍ지원하고 한국형 발사체 기술의 지속적인 고도화 과정을 통해 우주 수송 능력 확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내에 체계종합기업을 발굴ㆍ육성하는 한편 참여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게 해 국내에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가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