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오리고기 가격 짜고 쳤다…담합 업체 무더기 적발

전상훈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과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오리 신선육의 가격·생산량을 담합한 9개 사업자 및 한국오리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2억 3600만원 부과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상훈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과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오리 신선육의 가격·생산량을 담합한 9개 사업자 및 한국오리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2억 3600만원 부과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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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오리고기 가격을 높이기 위해 5년 넘게 담합을 벌여 온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제조·판매업체 9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0억1200만원(잠정)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업체별로는 다솔(19억8600만원), 정다운(10억7500만원), 주원산오리(6억7800만원), 사조원(5억7000만원), 참프레(5억5000만원), 성실농산(5억4100만원), 삼호유황오리(3억5600만원), 유성농산(1억7000만원), 모란식품(8600만원) 등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2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오리 신선육의 판매 가격 또는 생산량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오리 신선육 판매 가격의 기준이 되는 통오리 20호 가격(기준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거나 씨오리(오리를 생산하기 위해 사육하는 부모 오리)와 종란(종오리가 낳은 알) 등을 감축·폐기해 생산량을 제한하는 식이었다. 가격을 담합할 때는 기준 가격뿐 아니라 할인 금액의 상한을 설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한국오리협회 내 대표이사급 모임인 계열화협의회와 영업본부장급 계열화 영업책임자 모임을 통해 담합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을 위해 오리협회 내 대표이사급과 영업본부장급이 수시로 모였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또 서로 합의 내용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상호 교차 점검 계획을 짜고 다른 업체의 종오리 도태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국내 오리 도축량 기준 92.5%에 달했다. 실제로 가격담합에 가담한 업체의 영업이익은 2016년 197억4000만원에서 2017년 564억5000만원으로 약 186%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를 한 오리협회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24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 2012년 4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 5차례에 걸쳐 새끼오리 입식량·종오리를 감축하거나 종란을 폐기하기로 한 것을 제재한 것이다.


9개 업체와 오리협회는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거세게 반발했다. 생산량 감축은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을 따른 정당한 행위이며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 사건 행위와 관련해 생산조정이나 출하조절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농식품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오리 수급조절협의회가 종오리 감축·종란 폐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생산량 제한 합의와 결정이 이루어졌다는 점, 농식품부로부터 자조금(생산량 감축에 따른 비용 보전)을 받았다고 해서 생산량 담합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가격이 수급조절 영역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가격 담합을 허용해주는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격 담합 자체만으로도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해야 하는 사안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비자들은 업계의 담합에 분노하면서도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꼼수를 저질렀는데도 과징금은 쥐꼬리"라며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벌금이 아니고 수수료 수준이니 나 같아도 과징금 내고 말겠다"라고도 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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