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담회]"지방선거, 국힘 대승 아닌 민주 완패…개헌·연금개혁 추진"

유창선 시사평론가 "민주당 대선결과에 불복 모습…패배 성찰 없어"
박명호 동국대 교수 "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선에 간신히 체면치레"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낮은 투표율, 기권으로 정치적 표현하기도"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관련 좌담회. 왼쪽부터 유창선 시사평론가, 박명호 동국대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관련 좌담회. 왼쪽부터 유창선 시사평론가, 박명호 동국대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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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중 국민의힘이 12곳을 차지했고,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7곳 가운데 5곳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정치평론가들은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잇단 실책이 이 같은 정치적 지형을 만들었다고 총평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여당이 국정운영을 추동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동시에 얻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대선 때보다 혹독한 심판을 유권자들이 내렸다고 판단하면서 당분간 자숙하고 국정운영에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아시아경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갖는 의미와 향후 정국 방향을 전문가 3인과 함께 진단하는 기회를 2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박명호 동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유창선 시사평론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나다 순)가 함께 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총평한다면.

이택수 대표= 민주당 입장에서는 죽다 살아난, 기사회생한 선거다. 투표율이 일단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대체로 50% 후반이 낮은 예상치였는데, 50.9%는 전혀 예상 못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하지 않는 것으로, 기권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분이 많았다.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인을 지지한 층에서 이번에 지지를 철회하고 투표를 안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국민의힘의 대승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으나, 민주당 참패라고 본다. 대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이 반성하길 바랐는데 반성보다 강성에 휘둘리는 분위기가 이어지다보니 반성 내지 체제 정비를 제대로 못한 민주당의 완패였다고 평가한다.


박명호 교수= 절묘하다.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가 새벽 5시32분쯤 역전되고, 결국 민주당 체면을 차려준 것이 됐다. 13대 4보다는 12대 5가 낫고, 상징성이 크지 않았나 싶다. 여당에는 이겼는데 조금 개운치 않은 뭔가 좀 깔끔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고, 야당에는 졌는데 그래도 박멸 정도로 가진 않고 어느 정도 회생 반전의 계기 씨앗을 남겨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 의미에서 절묘하다고 한 것이다. 여당 입장에서 보면 교체의 3분의 1을 완성했다. 지금까진 솔직히 쉽게 온 측면이 있고 2년 뒤 총선에서 중앙입법권을 향한 과정에 대한 심판이 있을 테니 이제부터 정말 평가의 대상이 됐다.


유창선 평론가= '민심이 민주당에 대선 때보다 더 혹독한 심판을 내렸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다. 사실 민주당 참패는 예고된 거다. 민주당이 대선 결과에 사실상 불복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검수완박'으로 상징되는 입법 독주를 전면에 내보이고, 그 시간에 대선 패배를 성찰하는 과정도 없었다. 집권했던 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는데 그에 대한 평가조차도 없었던 경우는 처음 봤다. 대선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오히려 중도층에 민주당에 대한 대선 때보다도 더 강도 높은 심판 의지를 촉발시켰다.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이 떨어진 거 같은데, 이들도 투표장 가서 지지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검수완박 광경을 보면서 보수층은 적극적으로 민주당 심판하자고 한 거 같다.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관련 좌담회. 유창선 시사평론가./김현민 기자 kimhyun81@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관련 좌담회. 유창선 시사평론가./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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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민의힘의 압승은 민주당의 실책 때문이라고 보는 건가.

= 윤석열 정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니 그렇다고 본다. 인사 난맥이 나왔고, 청와대 개방효과도 어느 정도 있지만 이 정도로 압승할 만큼은 아니었다. 결국 민주당이 보여 온 대선불복 태도가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당을 심판하도록 했다고 본다.


=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 원인 등을 밝히고 사과할 거면 한목소리로 해야 하는데 '왜 사과하냐' 이런 걸로 갑론을박하다 지방선거 기간을 다 보냈다. 젊은 여성 청년 비대위원장을 앉혀놓고 사과하면 사과한다고 뭐라고 하는 당내 세력과 당 밖 스피커들이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5년, 10년 전 국민의힘이 갈팡질팡하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 민주당 지도부의 자중지란이 문제였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데려온 건 그 이미지 활용하려고 했던 거 아닌가. 그런데 통제선을 넘어가려고 하니 기분이 나빠서 불협화음이 나오게 된 거다. 국민의힘 압승에 민주당 기여가 필요조건은 되지 않겠나 싶다. 충분조건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자체가 상징성이 있고, 소위 말하는 '문빠'가 있어서 거기에 기댔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닌가.

= 그거보다도 일단 민주당 안에서 합리적인 사고가 집단적으로 상실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어떤 정치적인 상황을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판단하는 능력 자체가 지금 마비됐다. 당내 구조 자체가 친문 강경파로 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강경한 목소리만 존재할 수 있고 다른 목소리는 다 배제되는 당으로 고착화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대권 주자들이 많이 당선됐다.

= 이재명 당선인이 인천 계양을에서 만약 낙선했다면 정치적 생명이 사실상 끝날 뻔했는데 살아 돌아왔다는 점에서 다음 대선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다음 당권 도전 이후에 원내에서 어떤 행보를 하느냐, 그리고 당내에서 실제 이재명 계보가 형성될 수 있느냐다. 당분간은 본인이 살기 위해서 당을 죽였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권 도전은 지금 명확해 보인다. 당 대표까지 되면 완전 철갑옷을 입는 건데 사법 당국이 어떻게 쉽게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겠나 싶다. 안철수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인도 이제 당권 도전할 거다. 정치권 내의 친화력은 안철수 당선인이 그동안 많이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안철수 계보를 어느 정도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이준석 당 대표하고 상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철수 당선인에게도 기회가 올 거 같다.


= 이재명 당선인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김포공항 이전 등 결국 표 되고, 정치적 이익만 되면 너무 빠른 순발력을 보이는데 이게 '정체가 무엇인가' '일관된 게 무엇인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등 사람들에게 의문을 주는 부분이 있다. 이재명 정치가 계속 가려고 한다면 한번 검토해볼 만한 부분이다.


= 살아남긴 했지만 상처투성이라고 본다. 당 안팎에서의 신뢰는 오히려 지금 훼손이 된 상태다. 굳이 분당을 놔두고 안전한 계양까지 가서 출마를 한 거 자체가 대선 패배한 당사자가 '어떻게든 나는 살아야겠다'로 보였는데 그런 모습 자체가 민주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도 제주 선거에는 분명 악재라서 민주당 내에서도 '자기 살려고 당은 죽인다' 이 얘기가 나왔던 거다. 출마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친문 쪽에서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 당선인 앞길이 민주당에서도 결코 순탄하기 어렵고, 당 대표 경선 나서는 거 자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관련 좌담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관련 좌담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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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발 정계개편 가능성은.

= 총선이 임박했다면 모르겠는데 당장은 선거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본격적인 집권 1~2년 차에서 민주당 내 비주류가 당을 새로 만들고자 하는 동력이 마련될지는 모르겠다. 당내에서 ‘나 공천 안 줄 것 같다’ 이러면 뛰쳐나갈 의원들이 있을 거다. 그런 분위기는 2024년 총선 한 6개월이나 1년 전부터 나타날 거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운영에 있어 지방선거를 통해 탄력을 받을 거 같은데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특히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당이 친윤계로 재편되거나 재편돼 가는 과정에 있을 거다. 정치적인 경험과 정치력 있는 분들이 리더십 역할을 좀 해줘야 되지 않나 싶다. 적절한 긴장과 적절한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자원과 기회, 수단이 많은데 이걸 잘 활용해야 된다.


= '윤핵관'과 '용핵관'(용산 핵심 관계자)이 익명성에 숨어서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내고 이런 게 무책임한 건데 윤 대통령이 굉장히 조심해야 될 부분 아닌가 싶다. 특별감찰관 임명 관련해서 용핵관과 윤핵관의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이 노출됐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은 윤 대통령이 최대한 시스템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 젠더정책이 진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 때 이 문제가 심각했는데, 남녀갈등만 조장한다는 낙인만 찍혔다. 남성 편중 인사도 기가 막힐 정도였는데, 뒤늦게라도 '여성 챙겨야겠다' 한 거는 발전이라고 본다. 이제는 남녀가 상생할 수 있는 길, 특히 여성 문제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인식을 대통령부터 좀 제대로 해서 윤석열 정부가 달라진 평가를 받아야 한다. 통합 차원에서 한 가지만 더 하자면 지금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보수단체들이 매일 집회하는 거 그런 거에 윤 대통령이 좀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자제 호소를 하기가 어려우면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해서라도 하는 게 좋다.


2024년까지 선거가 없어서 여야 모두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할 때다. 어떤 걸 하면 좋겠다고 보는가.

= 가장 시급한 게 정치개혁의 논의다. 긴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서 그렇다. 특히 선거제도, 내후년 총선에서도 지난번처럼 할 거 아니지 않은가. 또 그렇게 되면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다. 그게 해결이 안 되니까 책임총리도 안 되는 거고 책임장관은 더 안 되는 거다. 책임 총리를 예로 들면 '이제부터 귀하가 책임총리라고 해요'라고 해서 책임총리가 되는 게 아니다. 출발점부터 정치적 기반을 갖춰줘야 된다.


=집권 초기에 할 수 있는 게 정치 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다. 개헌은 항상 집권 중후반기에 대통령 위기가 왔을 때 꺼내는 카드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추동력이 없다. 그리고 대선에서 얘기했던 국민연금 개혁은 여야가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관련 좌담회. 박명호 동국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관련 좌담회. 박명호 동국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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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일권 정치부장




정리=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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