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46%·돼지고기 21%↑…무섭게 오르는 물가

[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손선희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근 14년 만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극심해진 글로벌 공급망 교란 여파가 본격 반영된 영향이 크다. 서민의 ‘발’인 경유차 연료값은 46% 뛰었고 돼지고기와 식용유는 20%씩 올랐다. 여기에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코로나19 펜트업 효과가 맞물리면서 외식 물가가 1998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공과금도 줄줄이 인상됐다.


3일 통계청이 집계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는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 수치가 5%대에 진입한 것은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버금가는 고물가 시대가 재도래한 것이다.

5%대 물가는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이끌었다. 각각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2.86%포인트와 1.57%포인트로, 둘의 합만 4.43%포인트에 달한다. 유류와 각종 먹거리 가격이 전방위로 올라 전체 물가 오름세를 견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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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4.2% 오르며 전월(1.9%)보다 오름 폭이 커졌다. 사료비와 물류비 인상 탓에 수입쇠고기(27.9%)와 돼지고기(20.7%), 닭고기(16.1%) 등이 급등했다. 농산물 중에는 감자(32.1%), 배추(24.0%)가 많이 올랐다. 이 밖에 전기·가스·수도가 9.6%나 올랐다. 이는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나온 윤석열 정부의 첫 민생 안정 대책이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집중된 배경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제3차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체감"이라며 "민생 안정 대책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예산 집행, 관련 법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원가 상승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할당관세 적용, 부가가치세 면제 등 정부 지원이 실제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수개월째 이어진 고유가와 애그플레이션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스며들어 직격탄이 되고 있다.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율(3.3%)이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급속도로 퍼지는 점도 문제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중장기 물가 안정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4%대로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6~7월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는 4%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는 이달 중 발표하는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2%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로 전망치를 대폭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체감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4월 지표 기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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