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우석 기자] 올해 들어 유독 대형 산불이 산림을 연이어 집어삼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 및 환경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추후 산불 사후 대책 및 예방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오늘 오전 중으로 불길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산림청은 전날 야간에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 진화인력 1300여 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인 결과 진화율을 92%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산불 피해구역(영향구역)은 752㏊고, 잔여 화선은 1.2㎞다. 이는 축구장 1000개가 넘는 면적이다. 산불 발생지 주변 주민들의 대피로 아직 인명이나 시설물 피해는 없다.
이번 산불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개인 부주의로 인한 인위적인 화재로 관측되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지난달 31일 밀양 산불 현장 브리핑에서 "조사 중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 발화는 거의 없다"며 "대부분이 부주의로 인한 인위적인 산불이 원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경북 울진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인 213시간 동안 진화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전에는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이 191시간 동안 잡히지 않아 가장 긴 산불로 기록된 바 있다.
이 산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번져 강원 삼척까지 확산됐고 결국 울진 지역의 경우 1만8000여㏊, 삼척 지역은 2500여㏊의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총 축구장 3만여개와 맞먹는 크기이다.
울진에서는 지난달 28일 또 다시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23시간여 만에 진화된 해당 산불은 145여㏊의 피해 면적을 남겼다.
최근 심각한 피해로 직결되는 대형 산불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크고 작은 산불은 총 586건으로 아직 한 해의 절반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작년 산불 발생 건수(349건)를 훌쩍 뛰어넘었다. 피해면적도 23918.07㏊로 작년 피해 면적(766㏊)의 30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산불 피해 면적이 가장 컸던 2019년(3255㏊)과 비교해도 7배 가량 더 큰 수치다.
올해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로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 등이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 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5.8㎜로 30년 관측치 평균(101.7㎜) 대비 6.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강수량도 225㎜로 30년 관측치 평균(385.9㎜) 대비 58.6% 정도다. 심각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바람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산불이 대형 산불로 가는 데에는 강한 바람의 영향이 제일 크다. 최근 대형 산불 발생한 지역이 강원 동해안, 경북 동해안 이 쪽인데, 여기는 봄철에 바람이 굉장히 강하다"며 "바람이 불지 않으면 헬기 등을 통해서 바로 조치를 할 수 있는데, 바람이 심하게 분다면 상황이 달라져 대처하기가 까다로워진다"고 설명했다.
산림 내 인화성 물질이 많은 것도 이유로 제시했다.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전쟁 이후 녹화를 잘했기 때문에 산림 내에 나무도 많이 찼다. 그에 따라 낙엽 같은 것도 많이 있는데 이건 쉽게 말해 산림 내 탈 수 있는 연료물질이 많이 축적됐다는 의미"라며 "당연히 불이 크게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이 현재 산불에 대비해 취하고 있는 조치는 ▲산불 위험 높은 기간에 산불 조심기간 설정 ▲공익 광고·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한 산불 예방 캠페인 ▲시골 마을 방송·반상회 통한 산불 예방 안내 ▲산불 감시 드론 및 인력 배치 ▲산불 위험 지역 대응인력 전진배치 등이 있다.
산림청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산불 대응 장비와 인력을 더욱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향후 이런 (대형 산불 발생) 상황을 대비해서 헬기나 드론 등 장비와 특수진화대 인력을 더 선발하고 충원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며 "관련 부처와 예산 등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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