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박지현·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을 포함한 비대위원 전원이 사퇴했다. 지방선거에서 전체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박홍근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체제로 전환한 뒤, 의원총회 등을 거쳐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할 새 지도부를 구성할 방침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2일 오전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윤 위원장은 "민주당에 더 큰 개혁과 과감한 혁신을 위해 회초리를 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신 2974명의 후보들께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비대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40분간 비공개 회의를 거쳐 이런 입장을 발표했다. 회견문 낭독 전후로는 다같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비대위원들이 각자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향후 당의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위원장과 박 위원장은 지도부 사퇴문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비대위는 총사퇴 이후 대선·지방선거를 평가하고 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 중앙위원회를 거쳐 구성하기로 했다. 지난 대선 패배 직후에는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겼으나, 이번에 박홍근 원내대표는 차기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직무대행 역할만을 하기로 했다.
당시 윤 비대위원장의 임명을 두고 당내에서 '패배에 책임 있는 이에게 중책을 맡겼다'는 비판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정당성 있는 새 지도부를 세우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 이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윤 위원장은 새 지도부가 8월 정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것이라 설명했으나, 당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물리적으로 조기 전당대회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현재 당직자들이 검토해본 결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실무적 의견은 있었다"며 "의원총회는 박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른 시일 내에 열 것이다. 금요일인 3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서는 "비대위원장은 어떨 때는 원로가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외부의) 새로운 분이 하기도 한다"며 "그 분을 중심으로 위원을 구성하고 할 일과 기한 등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대선 패배 원인 분석과 평가, 그에 따른 당의 혁신을 잘 하기 위해 왔으나 지방선거가 임박해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데 대해 모든 비대위원이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객관적 평가와 그에 따른 혁신방안 마련 등은 멈추지 말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연고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이 패인이냐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비대위원도 있었다"면서도 "몇 가지 제기됐던 문제들에 그런 부분도 결합해 패배의 원인이 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길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지현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비대위와 같이 사퇴한 것이고, 어떤 역할을 할지 말지를 얘기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역전승을 거둔 데 대해서는 “호남권 제주를 제외한 전패의 위험도 있었는데 경기를 이김으로서 수도권에서 우리가 한석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일 국회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6.1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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