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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경기도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2시간 개표 끝에 당선을 확정지었다. 벼랑끝 민주당 입장에선 간신히 수도권 완패를 면한 귀중한 승리였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견제할 최소한의 여지는 확보하게 됐다.
◆12시간 역전 드라마= 개표는 한편의 ‘역전 드라마’와 다름없었다. 개표가 시작된 1일 밤까지만 해도 상황은 김은혜국민의힘 후보에 유리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김은혜 후보가 49.4%로 김동연 후보(48.8%)를 넘어서자 경기 수원시에 설치된 김은혜 후보 측 선대위 상황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학용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상황실에 모인 선대위 관계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고 "김은혜"를 외쳤다. 다만 두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에 못 미치는 경합 상황에서 신중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후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 내외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양측 간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새벽 2시30분쯤 김은혜 후보의 첫 ‘유력’이 뜨자 김은혜 후보 측 선대위 사람들은 다시 환호했다. 반면 수원시 인계동에 마련된 김동연 당선인 측 캠프 내 관계자들은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개표 화면만 바라봤다. 염태영 상임선대위원장, 박정 총괄선대본부장 등 선대위 관계자들은 일제히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역전극은 새벽에 벌어졌다. 두 후보는 격차를 좁혀 나가다가 오전 5시30분쯤 김동연 당선인이 1100표차로 김은혜 후보를 넘어서자 양측 간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김동연 당선인 측 캠프에선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분위기가 상기됐다. 이어 한시간 여 뒤 6000여표차에 도달하자 몇몇 사람들은 일어서서 엄지를 들고 "김동연"을 외쳤다. 상황실 내에서는 달아오른 분위기에 연신 부채질을 하거나 물을 마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6시50분쯤 김동연 당선인의 당선 확실 소식이 전해지자 캠프 관계자들은 그와 아내에게 꽃 목걸이와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를 전했다. 김동연 당선인도 그제야 밝게 웃으며 주먹을 흔들거나 ‘하트 손’을 보이는 등 환호의 제스처로 화답했다. 막판 경기 의정부·안양·부천 등 민주당 강세 지역 투표함이 개표되면서 김동연 당선인이 최종 승리하게 됐다. 그는 49.06%(282만7593표)로, 김은혜 후보(48.91%, 281만8680표)를 불과 0.15%포인트 차이로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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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론 주효…대권주자 발판= 수도권 유일한 야당 광역지자체장으로 당선되면서 당내 김 당선인의 입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선거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후보를 향한 ‘윤심’을 제치고, 경제 관료 출신이라는 역량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가 새로운물결 출신의 중도적인 인물이라는 점과 함께 민주당의 쇄신 변화 등을 약속함에 따라 경기도 내 지지층을 결집했다는 점에서 향후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대선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로 첫 정치 행보를 시작한 김동연 당선인은 한 차례 실패를 딛고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안방이었던 만큼, 김동연 당선인 뿐 아니라 이 위원장의 활로도 틔웠다는 분석이다.
김동연 당선인은 이날 개표를 마치고 CBS라디오에서 "이렇게 극적으로 역전까지 하리라고는 솔직히 마지막 단계에서 생각을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의 참패 원인으로 "성찰이 부족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개혁을 견인했으면 한다. 제가 그 역할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결에서 패한 김은혜 후보는 이날 "경기도민 여러분의 과분한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결과에 승복했다.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당선인을 향해 "경기도의 발전에는 여야가 없다. 윤석열 정부와 협치해 좋은 도정으로 경기도민 여러분들께 보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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