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년 이상 걸려도 태평양 제3도련선 구축

태평양 도서국과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 불발…지속적으로 노력
미ㆍ중 갈등 전선 태평양으로 확대 불가피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태평양 10개 도서국과 안보 및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앞으로 계속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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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 강화 이면에는 ‘제3 도련선(島鍊線)’이라는 발톱이 숨겨져 있다. 중국은 본토 앞 해상을 제1 도련선으로, 대만 동쪽 해상을 제2 도련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은 1∼2 도련선 만으로는 본토 방어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태평양 섬나라에 제 3도련선을 마련, 1차 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속내를 품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참석한 제2차 중국ㆍ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가 30일 피지에서 열렸다고 31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태평양 도서국과 빈곤 퇴치, 기후변화, 농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합의 문서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가 실패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포괄적 개발 비전은 경제 부문은 물론 안보 부문까지 포함된 중국 입장에선 진일보한 공동 합의서다.


왕 부장은 지난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8개국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출국했다. 중국 매체들은 왕 부장 출국에 앞서 성장 잠재력이 큰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 관계가 확대될 것이라며 중요 합의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포괄적 개발 비전 초안에는 중국이 태평양 도서국과 안보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 공안(경찰)을 파견해 해당 국가의 경찰을 훈련시킨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안으로 시작하지만 인민해방군 진출이 최종 목표로 전해지고 있다.

환구시보는 태평양 도서국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 간의 모든 협력은 해당국의 의사와 국민의 뜻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등 서방 진영처럼 협력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해당국의 의견을 존중, 앞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첸훙 화동사범대학 교수는 "2차 중국ㆍ태평양 도서국 회의는 1년 전 1차 회의 때보다 진일보했다"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등 회의는 양측 모두에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위레이 산둥성 랴오청대학 교수는 "지역 협정 체결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협상이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미국 등 일부 서방 진영이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 간의 협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합의에 다른 목소리를 낸 국가로 미크로네시아를 지목했다. 해당 지역 도서국 중 미크로네시아를 포함 3개 국가가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또 미크로네시아에는 미군의 미사일 타격 훈련장이 있으며, 지난해 미국과 군사기지 건설 계획에 합의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회의에 보낸 서면 인사말을 통해 "중국은 태평양 도서국과 미래를 창조하고 공동 발전을 건설할 용의가 있다"면서 태평양 진출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중국이 태평양 진출의 꿈을 접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한 만큼 미ㆍ중 갈등 전선이 태평양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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