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민생대책] MB물가지수는 가격통제…타산지석 삼은 윤 정부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
시장친화적 대응 원칙 밝혀

오히려 전체 물가 상승 부추긴
MB정부 전철 안 밟겠단 의지

최근 인플레 공급 측면 요인 커
전문가들, 효과 제한적일 수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4%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3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4%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3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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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시장친화적 방식의 물가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과거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서민생활 물가 관리를 위해 ‘MB물가지수’를 만들어 사실상의 가격 통제에 나섰다가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큰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가격 통제 중심의 물가 관리에서 벗어나 원가 절감 노력 지원 등 시장친화적이면서 적기 대응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시장친화적 물가 관리 원칙하에 생필품·원자재 등 관련 물가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겠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분야별 공급망 관리, 유통·물류 고도화, 공정 경쟁질서 확립 등을 통해 물가 구조를 전반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정부가 이날 첫 물가대책을 내놓으면서 유독 ‘시장 친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가격통제 중심의 물가관리 대책이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다. 당시 치솟는 물가에 민생이 들썩이자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MB물가지수’를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3월25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생활필수품 점검 및 대응계획’을 발표하고 쌀 등 농식품, 학원비, 공공요금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된 52개 생활필수품을 선정해 집중적인 가격 감시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물가감시기구로 앞세워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대책반’ 조직을 신설하고 가공식품업체를 집중 감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들 품목은 일반물가지수보다 더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고 오히려 전체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애초에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 등을 정부가 통제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시장경제에 좌우되는 가격을 감시 위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부 학자들은 ‘5공식 관치경제와 물가통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2007년부터 급등해 2008년 7월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31.2달러로 2차석유파동(1979~198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디레버리징의 영향으로 2009년 3월 월평균 1453.35원까지 치솟아 외환위기 이후 최정점을 찍은 뒤 대폭락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급등락으로 인한 공급 충격이 소비자물가의 흐름을 좌우한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2008년 당시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뀐 교체기였고,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무역수지 적자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현재와 유사하다"면서 "윤 정부가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물가를 낮추는 정책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원가·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62조원에 달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의결,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한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결국 한은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수요를 억제하고 꾸준한 금리 인상 시그널로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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