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유럽연합(EU)의 대러제재 단합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U의 러시아산 석유금수조치 합의가 계속 실패하면서 회원국간 분열이 심화되자, 기존 대러 제재에도 균열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피해가 확대되면서 EU를 중심으로 서방국가들간에 조속한 평화협상을 주장하는 국가들과 강경론을 주장하는 국가들이 나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하벡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리는 유럽이 단합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봤다"며 "하지만 그것은 이미 부서지고 또 부서지기 시작하고 있다. 오는 30일 시작되는 EU 정상회의에서 단합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 EU 대표단이 러시아산 석유금수조치 합의에 또다시 실패한 것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AP통신에 따르면 EU에서는 헝가리의 주요 러시아산 석유 수입 통로인 드루즈바 송유관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헝가리의 금수조치 결정에 상당한 유예기간을 부여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헝가리는 해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헝가리와 함께 체코,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도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정부는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안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막대한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헝가리 정부는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64% 수준으로 집계돼 헝가리가 러시아 석유로부터 경제가 독립하려면 중장기적으로 150억~180억유로(약 20조~24조원)가 필요하다며 EU에 지원금을 요구했다.
EU가 이처럼 러시아산 석유금수조치 합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방안을 두고 서방국가들간 이견이 심화되면서 단결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등에서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포기하더라도 러시아와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동북부 전선에 위치한 제2도시인 하르키우를 방문해 영토 수호의지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리가 마지막까지 우리 영토를 지키리라는 것을 알아야한다"며 "우리는 싸울 것이고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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