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계약 해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불과 2년 전 ‘역대급 수주’라며 주목받았던 러시아 노바텍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가 재조명 받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노바텍(Novatek)은 2020년 ‘북극 2 LNG’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북극해 가스전 개발사업에 쓰일 쇄빙 LNG운반선 21척을 발주했는데, 15척은 즈베즈다 조선소가 6척은 한화오션 이 수주했다.
대우조선이 수주한 선박의 선주는 러시아 소프콤플로트와 일본 미쓰비시로 각 3척씩이며, 총 계약금액은 1조원 규모에 달한다.
6척 모두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었는데, 대우조선은 지난 18일 건조중도금이 기한 내 입금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가운데 1척에 대해 계약을 해지했다. 대우조선은 선주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소프콤플로트그룹 3척 가운데 1척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계약 해지된 선박 가격은 약 3379억원이며, 나머지 6785억원 규모의 2척에 대한 계약은 유효하다. 하지만 경제 제재로 러시아 선주의 대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해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다른 3척의 선주는 일본 기업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계약이 유지될 여지는 남아 있다.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은 지난해 11월 유럽지역 선사와 쇄빙 LNG선의 블록과 기자재를 공급하는 25억달러(3조14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창사이래 최대규모 단일계약 기록이었다. 발주처는 소프콤플로트그룹과 노바텍의 합작사인 ‘스마트LNG’로 추정된다.
대러시아 제재에도 예정대로 선박 건조와 인도는 진행 중이다. 해운전문 매체 트레이드 윈즈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달에 2척을 러시아측에 인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에도 3척의 선체공사를 예정대로 진행 중인 상태다.
삼성중공업이 납품할 선체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러시아 수출 제재 조치로 즈베즈다 조선소 정상가동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나머지 선박이 예정대로 인도될 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약 80억달러(약 10조18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50억달러로 가장 많으며 대우조선해양 25억달러, 한국조선해양 5억5000만달러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수주잔액이 모두 손실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 "아직 건조되지 않은 선박이 대부분이고 만약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일부 선박에 대해서는 리세일도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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