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와 미키리(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언급하며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 역시 “CJ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번 칸국제영화제를 휩쓴 한국영화의 빛나는 성과 뒤엔 CJ ENM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특히 한국영화계의 ‘대모’, 숨은 조력자로 불리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안목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는 칸 현지 프로모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현지 5성급 호텔 중 하나인 바리에르 르마제스틱칸에는 건물 전체를 뒤덮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배너가 걸려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금종려상까지 수상했고 이번만 칸에 여덟 번째 방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내 작품이 이렇게 크게 걸린 것을 처음 본다”며 “CJ가 우리 영화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지지하는 것이 느껴져 놀랐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었다”고 밝힐 정도였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 CJ ENM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 부회장도 직접 현장을 찾아 두 영화 지원에 힘을 보탰다. 앞서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3년 만에 칸을 찾은 이 부회장은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제작 총괄) 자격으로 공식 상영회에 참석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995년 드림웍스 2대 주주로 참여하며 문화 사업에 뛰어든 CJ는 27년 동안 한국 문화계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1998년에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상황에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 CGV를 설립하며 영화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후 CJ ENM 은 한국영화 투자·제작·배급에 2조원 이상 투입하며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초석을 다졌다.
앞서 2020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영화 기생충의 성공을 조명하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BBC는 이 부회장이 하버드 대학원 재학시절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열악한 인식을 접하며 ‘훌륭한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다짐했고, 이에 기초해 전방위적 투자와 지원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 TV나 영화에서 그가 개입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선정 ‘올해의 국제 미디어 우먼’에 이름을 올리며 그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CJ ENM의 노력은 칸국제영화제 마켓에서도 입증됐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24일 기준 192개국에 선판매됐다. 기생충이 갖고있는 한국영화 최다 해외 판매 기록(205개국)을 맹추격 중이다. 브로커 역시 171개국에 판권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행보를 보였던 CJ ENM은 지난 1분기 성적표에서 거의 낙제점을 받았다. 매출 9573억원, 영업이익 496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7918억원 대비 2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36억원에서 47% 감소해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 ENM은 올해 콘텐츠 제작비에 예산 8천600억원을 편성하며 더 강력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CJ ENM은 2026년까지 5조원 이상을 콘텐츠 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칸국제영화제 수상으로 CJ ENM은 코로나19 이전의 흥행 성적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2019년 기생충의 경우 칸영화제 폐막 직후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031만명을 기록했다. CJ ENM은 다음달 8일 ‘브로커’, 3주 뒤인 29일엔 ‘헤어질 결심’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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