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종섭 정치사회부문에디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상징어가 책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상징어는 술이다. 어떤 것이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고 다르다는 뜻이다. 책과 술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책은 정적이고 술은 동적이다. 책은 학구적이고 술은 활동적이다. 책은 혼자 읽고 술은 같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책을 읽는 것은 곱씹는 것과 연결되고 술을 먹는 자리는 내뱉는 것으로 이어진다.
과거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책 좀 그만 읽고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있을 때 관저로 퇴근하면 독서를 하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책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는 평가다. 그렇다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참모들을 불러 밤 늦게까지 역동적으로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같은 게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도왔던 사람들도 "청와대에서 나를 부르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이른바 '대면 소통'을 어려워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문 전 대통령의 성정이었다. 그래서 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가서 저녁 먹고 왔다"는 말을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었다. '소통'을 표방했던 대통령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소통'이 문제가 됐던 이유도 이런 이유가 컸다.
윤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술'이 자주 오르내린다. 정계 입문을 앞두고 정치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술자리가 언론에 자주 노출됐다. 대선 운동 과정에서는 "삽겹살과 소주가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야당 대표들에게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기는 했지만 대통령실 직원들이 낮술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렇잖아도 윤 대통령은 검찰에 있을 때부터 애주가로 유명했다. 술자리와 관련한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윤 대통령과 검찰에서 같이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당해 낼 사람이 없다"고 표현했다. 대선 후보 시절 몇 차례 윤 대통령과 술자리를 같이 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폭탄주를 꺾어(나눠)먹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계속 한 번에 마시는 것을 보며 놀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술은 어쩌면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인지도 모른다.
술자리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대면 소통'에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는 윤 대통령의 성정과 어우러진다면 음주가 여야 정치권의 협치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조만간 문을 연다는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에서 저녁 모임이 활발하게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그러나 위기 요인도 있다. 음주는 보통 자제력을 약화시킨다. 대통령의 언급이 길어지고 불필요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면 메시지의 혼선이 올 수 있다. 그때는 소통이 아니라 정리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된다. 이재오 전 의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술자리도 절제해야 한다. 야당과 만나서 협치를 의논할 때나 술을 마셔야 한다"고 말한 게 주목되는 이유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