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유럽연합(EU)이 회원국 가스업체에 러시아 가스구매와 관련, 러시아의 요구대로 가스프롬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위협에 굴복해 대러제재 강도를 완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EU의 결속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지난 13일 회원국에 러시아와의 가스 구매 거래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보냈다"며 "EU의 대러제재에서 가스업체들은 러시아가 지정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막지 않으며, 기존 계약서에서 합의된 통화로 러시아 가스구매 대금을 지불하고 해당 통화로 거래가 완료됐다고 신고한 업체들은 제재를 준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러시아 정부가 가스대금의 루블화 지불 조치를 발표하면서 예외조치로 가스프롬은행에 특별계좌를 만들라는 요구안을 기업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앞서 EU에서는 러시아산 가스의 루블화 직접 구매는 물론 가스프롬 은행의 특별계좌 개설도 대러제재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회원국들의 계좌개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EU 회원국 등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4월1일부터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다만 실제 결제에 있어서는 외국 구매자들이 러시아 국영 가스 수출업체 가스프롬의 금융부문 자회사인 가스프롬은행의 외화 계좌로 유로화를 송금하면, 가스프롬은행이 이 유로화를 루블화로 환전해 가스프롬에 지급하는 방식을 허용해왔다.
이에따라 EU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위협에 굴복해 제재를 완화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스 금수조치 등 초강경조치를 주장 중인 폴란드 정부는 크게 반발하며 EU의 조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EU의 결정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폴란드는 규칙을 고수할 것이며, 푸틴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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