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값이 ℓ당 2000원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일부 주유소는 3000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화물차, 택시 등 사업자 중심으로 경유 유가 연동 보조금 지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경유차를 모는 서민 지원은 없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의 일부 주유소 경유 판매가는 ℓ당 2900원을 돌파했다. 서울 중구 서남주유소(SK에너지) 2993원, 서울 용산구 서계주유소(GS칼텍스) 2985원, 서울 중구 필동주유소(GS칼텍스) 2709원 순으로 높았다. 지방자치단체별로는 제주(2063원), 서울(2023원), 강원(1978원) 순으로 가격이 높았다.
정부는 보조금 지급 기준가격을 현 'ℓ당 1850원'보다 낮추기로 했다. 초과분의 50%(상한액=ℓ당 183.21원)인 지급 비율 상향 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부터 영업용 화물차, 버스, 연안 화물선 등에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지원 폭을 넓히기로 했다.
방향은 옳으나 실효성은 미지수란 반응이 우세하다. 특히 왜 '사업자만' 혜택을 받느냐는 불만이 많다. 경유값 상승이 유류비, 운임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택배 등 다른 '서민 물가' 항목도 계속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금을 쓴 만큼 정책 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새 정부 출범 이전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카드를 소진하는 바람에 현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와 주유소가 세금 인하분을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이날 낸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초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한 뒤 2주간 경유값 인상 수준을 'ℓ당 30원 이하'로 제한한 주유소는 전국 1만958개소 중 25.1%(2754개소)에 불과했다. '30원'을 기준삼은 이유는 해당 기간 경유 유류세 인하분 58원과 국제 경유 가격 인상분 88원 간 시차가 30원이니 그보다는 적게 올려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정유 업계는 감시단 데이터의 공신력이 낮은 데다 이미 정유사 직영주유소 등은 유류세 인하분을 100% 반영 중이라고 반박한다. 전국 주유소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일반 자영주유소가 정부 정책 적용 전에 들여온 재고를 소진한 뒤에야 가격을 내리는 영향이 크지 정유사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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