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배달 생태계…'코로나 호황' 끝났나

배달 플랫폼 사용자 올해 들어 지속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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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명기(가명)씨는 재택근무 중 점심 식사를 위해 음식 배달 주문을 하려다 멈칫했다. 생각보다 배달비가 비싸다고 여겨졌기 떄문이다. 배달비는 음식 가격의 40%에 달했다. 고민하던 김씨는 수고스럽더라도 거리두기도 해제됐으니 식당에 직접 찾아가 음식을 먹기로 했다.


#.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영호(가명)씨는 최근 배달 서비스를 포기했다. 배달대행 업체에서 배달 요금을 1.5배 올렸기 때문이다. 단건배달을 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기존의 묶음배달을 하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배달을 하는 탓에 식은 음식이 배달돼 고객 불만을 식당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차제에 아예 배달을 접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던 배달 플랫폼들이 주춤하고 있다. 최근 ‘앤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외식이 늘면서 사용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도 일부 있다지만 사용자가 급증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배달비 인상 이슈 등과 맞물려 음식업 업주나 고객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어 사용자 이탈이 가속화되면 자칫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기준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사용자 수(MAU)는 각각 2020만 명, 795만 명, 506만 명으로 집계됐다. 3월과 비교하면 배민과 쿠팡이츠에서 각각 사용자 60만 명이 줄었고 요기요에선 88만 명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각 배달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인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요기요에선 올해 100만 명 이상 사용자가 줄었고 쿠팡이츠 사용자 감소는 200만 명에 달한다. 쿠팡이츠는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사용자가 감소했으며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감소율은 28%다. 그나마 선방한 배민에서도 올해 55만 명이 줄었다.


이는 사용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던 지난해와 다른 양상이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배민과 쿠팡이츠는 각각 전년 12월 대비 185만 명, 198만 명 사용자가 증가한 바 있다. 올해 업계 1위인 배민은 물론 요기요와 거센 추격을 벌이던 쿠팡이츠의 성장도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배달 플랫폼의 올해 두드러진 사용자 감소의 가장 원인으로 앤데믹 영향을 꼽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식당이 붐비는 등 그간 억눌렸던 외식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 배달 주문이 자연스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배달원(라이더) 1명이 주문 1건을 처리하는 ‘단건배달’로 전면전을 벌이던 배민과 쿠팡이츠가 요금제를 개편, 배달비 인상 이슈가 불거진 것도 배달 플랫폼 사용 감소세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음식업 업주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배달비 인상과 배달비가 음식 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달비에 대한 부담감으로 배달 서비스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업주들이 있을 정도다. 사용자들은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 배달비 부담으로 포장이나 공동구매를 찾고 있다.


문제는 라이더 수급 부족 등의 문제로 배달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가 배달 플랫폼들의 수익 개선은 더디다는 점이다. 업계 1위인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지만 흑자 규모는 줄었고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용자 감소가 계속되면 공들여 구축한 배달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각 배달 플랫폼들에서 최근 사용자 감소세와 앤데믹 여파 등에 대해서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배달비 인상 등의 이슈도 맞물려 있어 식당과 사용자, 라이더 등 생태계 구성 주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전략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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