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위험 피하려고"…한밤중 400m 음주운전한 40대 남성 무죄

재판부 "사고 막기 위해 당시 운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 없어"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을 한 4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 정차된 차량을 옮기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는 이유로 참작이 이뤄졌다.

10일 울산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김현진)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9월 울산 동구의 한 도로를 혈중알코올농도 0.187％ 상태로 약 400m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하던 중 대리운전 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대리운전 기사가 주행을 멈추고 차를 그대로 세운 뒤 내려버리자, 이후 A씨 자신이 직접 운전대를 잡아 주차를 하다가 적발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대리운전기사가 차를 세워 준 장소가 T자형 삼거리 교차로의 우회전 모서리 차로 부근이라 차량 통행 방해 및 추돌사고 우려가 커서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밤중인데다가 해당 장소가 주·정차 금지구역이어서 비상등을 켜고 삼각대를 세우는 조치만으로는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또 차량 이동을 위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지인을 부른다고 해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량 통행이 없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우선 이동 조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 대리운전기사가 차를 세운 곳은 갓길이 없는 편도 3차선 도로 중 3차로이며, 모퉁이여서 다른 운전자들이 그 지점에 정차한 차가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A씨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는 방향이 아닌 안전한 곳을 찾아 곧바로 주차한 점을 참작했다.

이에 검찰은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등 대안이 있었기 때문에 죄가 인정된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동거리와 경로 등을 비춰보면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며 "그 장소까지 운전하는 동안 교통사고 위험도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