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호가가 한 달 새 죄다 올랐어요. 거래량이 늘어난 건 아닌데, 매물이 쑥 들어간 상황입니다."(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A공인중개사무소(공인) 대표)
"급매라고는 하지만 실거래가가 4억원 가까이 쑥 빠진거니까 그야말로 난리가 났죠." (경기 의왕시 포일동 B공인 대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국정과제 발표로 가시화되면서 지역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대선 이후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꿈틀대던 1기 신도시는 추가상승 탄력을 기대하는 반면 경기 외곽과 지방도시들은 금리인상과 고점 피로감 등으로 주저앉는 모양새다.
4일 부동산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선일(3월9일) 이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경우 매물은 10.2% 급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8.8%, 고양시 일산동구는 4.8%, 군포시는 3.7% 줄었다. 모두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지역으로,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매물이 8%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이들 지역의 매도 호가도 급등세다. 동안구(평촌)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의 경우 전용 81㎡ 호가는 8억5000만~9억5000만원 사이에서 형성돼 있다. 3월 7억원의 실거래가를 감안하면 한 달여 만에 약 2억원 오른 셈이다.
반면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올랐던 의왕을 포함해 1기 신도시 외 지역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넷째주까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0.19% 하락했다.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0.26%, 0.04% 떨어졌다.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전용면적 84.98㎡는 지난달 11일 12억5000만원(17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6월(16억3000만원) 대비 4억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1기 신도시의 약진은 새 정부의 정책 수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일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를 직접 찾기도 했다. 평안동 C공인 대표는 "윤 당선인 방문 직후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동 지역 아파트 매물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전날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과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경기 분당·일산·평촌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 주택 10만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하겠다. 즉시 마스터플랜 수립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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