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몇년후 대규모 조선업 부실 재발 가능성"

이동걸 "몇년후 대규모 조선업 부실 재발 가능성"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유제훈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빅3 체제를 빅 2체제로 바꾸지 못하면 공급과잉 문제가 여전할 것이고 호황이 지속되지 않는 한 몇 년 후에 또다시 대규모 조선업 부실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어려운 기업에 자금만 투입해 연명치료를 했을 뿐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이 회장 본인이 산업은행에 온 후에야 기업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2일 이 회장은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했을 당시 산은 창고에는 정리되지 않는 부실기업 현안이 즐비했다"면서 "규모가 큰 부실기업만 10여개로 금호타이어, 한국GM, 대우건설, 대우조선, 현대상선 등 난제들이 쌓여있었는데 그 전 정부에서 별로 해결한 것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구조조정이 거의 추진되지 않았던 것은 어려운 기업이 있으면 자금 투입해 미봉책으로 미뤄놓고 시간끌기 하고 이런 연명치료를 했기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위해선 산업 재편 필요"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선박 수요에 대호황이 오고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모를까 대한민국 조선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조선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5~2016년 당시에도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실행되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미봉책으로 끝났는데 당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추진했다면 유럽연합(EU) 승인도 문제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조선 3사의 과잉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최근 LNG 선박 특수로 조선업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데 이는 잘못된 낙관론으로 자칫 몇년 후 대규모 조선업 부실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조선해양 추가 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해결방법이 아니며 모럴해저드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또한 산은, 수은 자금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연명하는 것에 대해 민간기업들의 원성도 자자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우조선해양을 중심으로 다운사이징해서 산업을 글로벌 수요에 맞게 조정하는 등 조선업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에 대해서는 "쌍용차 매각은 회생법원이 관리하고 있어 산은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잠재적 인수자들이 산은의 자금 지원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지속가능한 사업성 여부를 기준으로 자금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는 본질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해 지속가능한 사업성을 증명하지 않으면 자금 지원만으로 회생이 어려우며 또 다른 대규모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서는 "재매각이 잘 추진되길 바란다"면서 "다만 앞으로 KDB생명이 산은에 떠넘기기로 들어왔듯이 일방적으로 산은에 떠넘기고 정부는 손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울경 스스로 자생 노력해야"

이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에 대해 "산은의 부산 이전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는데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방이전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며 지역균형발전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여야 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하면 퍼주기가 된다"면서 "지역의 고통 분담과 책임있는 역할이 있어야 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 방안이어야 하며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부울경 지역에 대해 그간 혜택을 많이 받은 만큼 이제는 스스로 자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그는 "부울경 지역은 박정희 대통령 이래 산업화에서 가장 특혜받은 지역으로 기간산업이 부울경에 집중된 것은 국가의 집중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이제 부울경 스스로 자생하는 노력을 해서 다른 지역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제2의 경제 도시라고 한다면 다른 지역 것을 뺏기 보다 지역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고 미래산업을 키우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되찾고 다른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부울경이 대한민국 경제의 싱크홀이 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주요 정책기관장, 대통령 임기와 맞춰야"

이 회장은 최근 사임을 밝힌 것과 관련해 "정부와 임기를 맞춘다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했다"면서 "정부 교체기마다 기관장 교체 관련 잡음이 일어나는 데 이는 소모적인 정쟁으로 5년 주기로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책기관장 임기를 대통령과 맞추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중요 정책 기관장은 임기를 5년이나 2년5개월로 해 자연스럽게 팀이 새로 짜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3년 임기로 해서 어긋나게 해놓고 정부 교체기마다 흔들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중요 정책 기관 선별해서 그 기관장들은 임기를 5년, 2.5년으로 하고 그외 남은 기관들은 임기를 존중해주는 것이 성숙된 행태고 선진적인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