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 상임고문 차출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이 고문이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대선 패배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이 고문의 조기 등판은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난 대선 때 1600만표 이상의 국민 마음을 얻었던 이 고문은 이번 보궐선거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를 위해 같이 참여해야 한다. 형태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4월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도 "이 고문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것이 국민통합이나 정국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제 일관된 입장"이라며 "(대선에 도전했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등의) 출마는 문제가 없고 왜 이 고문만 논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인천 계양 을 ▲경기 성남 분당 갑 ▲대구 수성 을 ▲강원 원주 갑 ▲충남 보령·서천 ▲경남 창원의창 ▲제주 제주 을 등 7곳이다. 이 중 이 고문은 성남 분당갑과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성남 분당 갑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니 대선'급 선거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남 분당 갑은 경기지사와 성남시장을 지낸 이 고문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에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대장동, 백현동 등 지난 대선 정국을 달군 개발 의혹이 불거진 지역이 몰려 있다는 것은 이 고문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고문의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국민 여론도 좋은 편은 아니다. 아시아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4월 27~28일 경기도 거주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무선 90% 유선 10%, 자동응답)를 한 결과 57.8%가 이 고문의 경기도 내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5.5%에 그쳤다.
이런 점에서 두 번째 출마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이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 을이다. 5선 의원과 인천시장을 지낸 송 전 대표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선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재명을 계양하라", "이재명을 계양에 반드시 공천하자" 등 이 고문의 인천 지역 공천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다만 인천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이 고문이 출마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당 일각에선 이 고문의 조기 등판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4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 고문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다. 시기상조다. 제 생각이 상식적이지 않나. (당 전체적으로도)이렇게 생각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4월 5일 MBN '프레스룸에 온다'에서 이 고문의 지방선거 역할론 등 정치 활동 재개에 대해 "이 고문은 대선에서 패배한 장본인이다. 뒤에서 물러서서 좀 쉬면서 충전하고 본인의 리더십, 여러 가지 의혹 등을 잘 해소할지 등을 점검하고 따져서 봐야 한다.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 뒤로 물러나 자신을 성찰할 때"라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고문이 일단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다면 당선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본다. 대장동 의혹 관련 위험 부담은 있지만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지냈기 때문에 여전히 인지도가 높고, 인천 계양 을 역시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라는 점이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대선 패배 후 자중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상황이라 (이 고문의 출마가)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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