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립니다." 서울 종각역에서 지하철 문이 열리자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쏟아졌다. 이들은 마스크를 그대로 쓴 채 거리로 나서 각자의 회사로 걸었다. 일부 직장인들은 길거리에서 커피를 들고 있어도 마시지 않거나 잠깐 마스크를 들어올리고 음료를 마셨다. 코로나19 시국과 마찬가지로 아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시민들은 악수가 아닌 '주먹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1년6개월 만에 해제됐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길거리뿐만 아니라 결혼식, 지하철 야외 승강장, 놀이공원 등 장소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지만 시민들은 계속 코로나19를 경계했다.
시민들은 마스크 의무 해제 조치 자체를 반겼다. 직장인 황모씨(31)는 "재택 근무는 끝났고 여름은 다가오고 있어 답답하던 참이었다"며 "코로나19 시국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했다. 서울 공평동 인근에서 2명가량은 마스크를 벗고 통화를 하며 걸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근하던 최모씨(27)는 "실외 마스크 착용 자체가 불필요한 정책이었다"며 "거리를 두고 걸으면 확산 위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코로나19를 여전히 경계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경 서울 광화문역 인근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출근했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하차하는 직장인들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사로 향했다. 직장인 김모씨(42)는 "대중교통 타려면 어차피 마스크를 써야 해 계속 쓰고 다닌다"며 "무더위가 찾아와야 사람들도 하나둘 마스크를 벗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정모씨(27)는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코로나19에 걸려 면접 등에 차질이 생기면 곤란하다"며 "완전히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벗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공평동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민 15명 가운데 6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광화문에 위치한 한 카페에선 혼자 앉아 있는 시민 10명 중 2명꼴로는 마스크를 벗고 업무를 보거나 전화 통화를 나눴다. 카페 직원 역시 이 장면을 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따로 제지하지 않았다. 다만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음료를 주문하는 경우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가 위험하다고 경고하다가 한 순간에 방역조치를 풀었기 때문에 시민들도 코로나19를 여전히 경계한다는 것이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대책위원장은 "갑작스레 방역조치를 풀어버린 현 정부의 의사결정은 시민들을 위한 임기말 '선물'로 비칠 수 있다"며 "충분한 설득 및 소통 과정 없이는 정부가 의도한 대로 시민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