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비행·30회 재활용"…우주왕복선 시대 다시 열린다 [과학을읽다]

미국 시에라 스페이스사, 우주왕복선 개발 완료 단계
자율 비행 등 첨단 기술에 경량화로 몸집 줄여

미국 유인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미국 유인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대들은 모르지만 30~40대들은 기억하고 있다. 하얀 기체·까만 배에 날렵하게 생긴 우주왕복선이 거대한 기둥(연료통·부스터)에 매달려 발사돼 허블 우주망원경·우주정거장을 수리한 후 지구로 귀환하면서 커다란 백조처럼 우아하게 착륙하던 모습을 말이다. 과학과 우주에 대한 꿈을 상징하는 추억이다. 1986년 챌린저호가 발사 도중 고무링의 부실로 연료가 새 폭발하는 바람에 전세계에 충격을 줬던 아픈 기억도 있다. 그런데 10여년 만에 우주왕복선 시대가 다시 열린다. 그동안의 기술 발전을 반영해 무인 자율 비행이 가능하고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재활용 우주왕복선이 개발 완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의 우주항공기업 시에라 스페이스사는 최근 콜로라도 본사 공장에서 조립 중인 우주왕복선 '드림 체이서' 시리즈의 첫번째 실제 비행 모델인 테너시티(Tenacityㆍ끈기)호의 사진을 공개했다. 테너시티호는 내부 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며 외부 열방호 피복 등 일부 부품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이 남아 있는 상태다.

시에라 스페이스사의 우주왕복선.

시에라 스페이스사의 우주왕복선.

원본보기 아이콘


이미 시에라 스페이스사는 기체 구조물에 대한 테스트를 마친 후 각종 부품의 최종 조립 및 시험에 들어가 있다. 이후 4개월간의 열ㆍ진공 테스트를 위해 오는 8~9월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하이오주 소재 플럼 브룩 기지에 위치한 닐 암스트롱 시험장에 옮겨질 예정이다. 이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로켓 엔진 부착 작업이 진행된다. 내년 1월 쯤 완공된 후 첫 번째 비행은 내년 2월 이후에 실행될 전망이다. 테너시티호는 나사와의 계약에 따라 2 차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수송할 예정이다.


시에라 스페이스사는 유인용 기체도 별도로 제작 중이며, 이르면 2026년 발사할 계획이다. ISS에 우주인을 실어 나르고, 아마존의 블루 오리진과 함께 우주 궤도에 상업용 우주정거장(Orbital Reef)을 만들고 우주 관광을 수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시에라 스페이스사의 우주왕복선이 조립되고 있다.

시에라 스페이스사의 우주왕복선이 조립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올해 2월 시에라 스페이스사가 한 전시회에서 공개한 드림 체이서는 높이 2m, 길이 9m, 넓이 7m 크기다.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 왕복선으로 기존 우주 왕복선보다 4분의 1의 크기에 불과하다. 화물은 5.5t 적재할 수 있고 30회 가량 비행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조종사도 필요 없다. 길이 3km의 활주로만 있으면 이착륙이 가능하다. 시에라 스페이스사는 또 이 신형 우주왕복선을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임무에 투입하는 방안을 미국 정보 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왕복선은 나사가 1981년부터 2011년까지 엔터프라이즈, 컬럼비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엔데버 등 6개를 만들어 사용했다. 러시아도 옛 소련 시절인 1988년 부란 우주왕복선을 한 차례 발사한 적이 있다. 미국은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계획 이후 대규모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당시로선 엄청난 24t의 화물 적재 능력을 가진 우주왕복선을 개발했다. 그러나 챌린저호가 폭발하는 등 위험성이 상당했고, 본체 외에 부스터와 연료통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1회 발사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단점 때문에 2011년 엔데버 호가 마지막 비행을 마친 후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