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집에서 개를 반려견 또는 애완견으로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물림 사고 등 안전 문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 등 일각에선 특정한 맹견 종류에게 외출시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논란이 큰 상황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대규모 사례 연구 결과 개의 행동, 특히 공격적 성향 여부는 품종과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주목된다.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은 최근 1만8000마리 이상의 개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품종이 개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사람들이 키우는 개를 정할 때는 품종을 통해 특정한 행동 특성을 기대하지만, 실제론 품종과 관계없이 '뽑기' 수준으로 우연히 결정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의 품종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기 위해 수천명의 견주들에게 그들이 키우는 개가 잔디를 씹는 지, 장난감을 쫓으려는 습성이 있는지 등을 포함한 행동 양태와 품종 등 배경에 대해 조사했다. 또 조상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지 여부를 살펴 보기 위해 개들의 유전자도 채취해 분석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일단 특정한 품종에서 특정한 행동 양태가 더 빈번히 일어난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예를 들어 독일산 셰퍼드의 경우 다른 품종에 비해 지시에 순종하는 경향이 있지만 비글들은 그렇지 않다. 또 조상이 확실한 잡종견들은 조상견의 품종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세인트버나드 품종이 섞인 잡종견은 다른 잡종견에 비해 친밀감이 높고, 체서피크 베이 리트리버를 조상으로 둔 잡종견은 호기심이 많고 활달하다.
그러나 연구팀은 결정적으로 품종이 개가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범위는 대략 9%에 불과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특히 개의 품종과 공격적인 행동과의 연관 관계는 매우 낮다는 게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사회적으로 일부 견종에 대해 '위험한 맹견'이라고 취급받는 것은 사실 과학적 결론에 입각한 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유전자 분석 결과 특정한 행동과 연관된 11개의 부위를 발견했다. 예컨 자주 짖는 개들의 습성은 인간의 언어 능력을 담당한 것과 비슷한 개의 두 유전자 부위와 연관돼 있다.
켈시 윗 브라운대 유전학자는 이에 대해 "개의 유전적 특성은 품종보다도 훨씬 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면서 "품종으로 개의 성격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게 놀라워 보일 수 있지만 비교적 최근에야 개의 품종들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간은 1만년전 쯤 늑대를 길들여 키우기 시작하면서 개의 역사가 시작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비글, 퍼그, 래브라도 등 개의 품종들은 최근 수백년 사이에 인간에 의해 개량되면서 만들어졌다. 예컨대 약 200년전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개 애호가들이 미학적으로 보기 좋은 특성을 적극적으로 선택해 현재 많이 키우는 개의 품종을 만들어낸 게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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