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보험사기가 갈수록 활개를 치는 것은 낮은 처벌 수위, 당국의 단속 한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개정해 당국의 단속 권한을 올려주고 사기꾼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사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사기범죄는 34만7675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2018년 27만건 대비 2년 만에 28.7% 급증했다. 전체 범죄에서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가는 추세다.
전체 범죄 중 사기 비율은 2017년 13.9%에서 2020년 21.9%로 급등했다. 보험사기 역시 다양한 사기 수법 중에 하나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9만7629명에 달했다. 2018년 7만9179명에 비해 3년 만에 23.3% 늘었다. 보험사기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작년 기준 20대 보험사기범은 1만3881명으로 2년 전에 비해 33.3%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 증가 요인으로 경기불황의 장기화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기를 저지르는 인원이 늘고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의 대부분은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등 작은 규모의 사기"라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평범했던 사람들이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손쉽게 보험사기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낮은 처벌 수위와 단속 한계 등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국회는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제정했는데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보험사기는 증가했다. 특별법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고 처벌강화 방안 등을 담은 개정안이 10여차례 이상 발의됐지만 한번도 통과되지 못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8차례 발의됐지만 전부 폐기됐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5건이 발의된 상태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대부분 경찰과 금융당국의 단속권한 및 보험사기 처벌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올해 초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경찰청에 관계기관 협동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 설치와 금융위·금감원에 관계기관의 보험사기 조사에 필요한 자료요청 권한 등을 부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보험 종사자의 범죄행위 시 가중처벌, 보험사기 유죄판결자에 대한 보험금 반환의무 등도 포함됐다. 그동안 발의된 여러 개정안을 총망라한 내용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금융당국의 관계기관 자료요청 권한 부여가 핵심으로 꼽힌다. 윤 의원은 최근 민영 실손 비급여와 공단 요양급여 부당청구가 결합된 보험사기가 증가함에 따라 금융위에 관계 행정기관 등에 대한 자료요청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어나는 상당수의 보험사기가 의료기관을 끼고 일어나는데 금융위나 금감원의 정보 권한이 한정돼 있어 단속이 어렵다는 의미다. 법적 근거가 미약해 보험사기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보험사기 조사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자는 이야기다.
다만 이 경우 보험사기 조사대상이 되는 의료기관이 늘고 의사의 처벌도 심해질 수 있어 의료계의 반대가 심하다. 의료계는 과도한 수사권 부여가 의료인에 대한 과중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늘면 늘수록 공·민영 보험 재정부담이 커지고 이는 전체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과 같이 보험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 종사자 등 관계자에 대한 가중처벌과 양형기준 강화도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은 보험설계사와 같은 전문가들의 가담이 있기 때문이다. 계곡살인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은해도 친구 중에 설계사가 있었다고 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보험사기죄 대부분이 3년 미만의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는바 양형기준을 변경하여 처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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