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금리자유화 25주년...금리에 가격기능을 허하라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어느 은행을 가나 예금금리가 다 똑같았죠. 1년 만기냐, 3년 만기냐에 따라 달랐을 뿐 같은 상품이면 금리가 다 같았습니다. 대출금리도 마찬가지로 신용등급, 담보 여부에 따른 차이만 있었지 다 같았습니다. 상호신용금고(현재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은행보다 1%포인트 높았고, 보험사 대출금리는 은행보다 2%포인트 높았는데 보험사들이 사정사정해서 1.5%포인트 높은 걸로 조정해 준 적도 있었습니다."


최근 만난 전직 금융관료는 1991년 금리자유화 이전 상황을 물어보자, 이렇게 답했다.

금리자유화는 4단계에 걸쳐 진행됐는데 4단계 금리자유화가 시행된 1997년부터 따지면 금리자유화가 완전 시행된 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당시 금리자유화를 추진한 이유는 1980년대 영국의 금융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자유화, 자본이동 자유화 흐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적으로 민간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더이상 정부의 계획경제, 통제경제가 경제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 컸다. 또 1960~1980년대 경제 개발 시기 수출과 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금융업 본연의 발전이 지체돼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금리가 ‘돈의 가격’이라는 가격 기능을 제대로 해야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고 진정한 민간 중심의 산업 발전, 금융 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경제의 기본 원리다.


새삼스럽게 옛날 얘기를 들먹이는 이유는 금리자유화가 된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금리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10월 66%로 최초 도입된 이후 49%(2007년), 44%(2010년), 39%(2011년), 34.9%(2014년), 27.9%(2016년), 24%(2018년)를 거쳐 지난해 7월 20%까지 낮아졌다. 고금리에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제한되면서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체로부터도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금융이나 사채시장으로 내몰렸다. 대부업 이용자 수는 지난 2015년말 267만9000명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해 6년새 약 123만명으로 줄었다.

은행들이 최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자 윤석열 당선인 캠프에서는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시중에서는 은행들의 금리에 대해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답을 말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예대금리차 자체를 공시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원가·이유·목적이자율 등 자세한 정보의 경우 영업상 비밀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은행별 정보가 공개돼 비교될 경우 은행들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제공 위축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축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중금리대출을 축소해 서민 등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에 제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감독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 원리를 거스른 인위적인 간섭은 기형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30여년 전 시작됐던 금리자유화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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