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이 3년차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3차 접종자들까지 감염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환자 증가세가 이어지다가 최근 들어서야 확연한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한국은 보건 당국이 사실상 일상 의료체계를 통해 관리가 가능한 엔데믹(풍토병화) 돌입을 염두해 두고 거리두기 완화를 본격화했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의 롱 코비드(long Covid), 즉 코로나19 완치 후에도 장기간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두통, 근육통, 관절통, 후각·미각 상실 알레르기, 피로감, 시력 손실 등 다양한 증세로 나타나는 코로나19 후유증은 길게는 1 년 이상 완치자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후유증을 줄여 준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백신의 후유증 감소 효과를 역설하는 다수의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 보건청은 지난 1월 중순 이전 발표된 8개의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이중 6개의 논문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경우 미접종자에 비해 후유증이 덜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나머지 2개 논문은 백신이 후유증을 결정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싣기도 했다.
특히 비교적 큰 규모로 진행된 두 건의 연구 조사에서 백신의 후유증 예방 효과가 발견됐다. 영국 보건청이 분석한 논문 중 한 건의 경우 약 120만명의 휴대폰 앱 사용 환자들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백신 접종자들의 후유증 발생 확률이 약 50% 낮았다. 6000여명의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다른 한 논문에서도 백신 접종자들의 후유증 위험은 41%나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사전예약자에 대한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이 시작된 25일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2. 4. 25 사진공동취재단 (초상권 동의 얻음)
원본보기 아이콘미국에서 실시된 대규모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미국의 건강관리데이터 회사인 '아카디아'가 팬데믹 이후 2021년 말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약 24만명의 환자들의 건강 관리 기록을 검색한 결과 1회 접종자의 경우 완치 이후 12~20주 사이에 2가지 이상의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7분의1에서 10분의1 사이였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후 백신을 1회 접종한 사람들이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미접종자들보다 더 낮으며, 감염 후 백신 접종 시기가 더 빠르면 빠를 수록 후유증 확률이 적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스라엘에서도 2회 접종을 마친 사람들의 경우 미접종 환자에 비해 두통, 근육통, 등 각종 후유증을 앓을 확률이 54~82% 낮았다. 반면 미접종 자들의 경우 장기간 롱코비드를 겪을 확률이 약 70%나 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재향군인 건강관리시스템을 통한 연구에서도 후유증 예방 효과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약 4만2000명의 백신 미접종 감염자와 1만6000명의 백신 접종 감염자들을 비교 분석했는데, 백신 접종 함염자들은 폐질환ㆍ혈액응고 등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미접종 감염자들보다 대체로 적었다. 다른 후유증의 경우엔 아주 약간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러나 백신 접종의 후유증 방지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연구팀이 미국 전자의료기록 시스템을 통해 약 1만명의 백신 접종 환자 및 비슷한 규모의 미접종 환자들의 건강 관리 정보를 분석해 보니 감염 전 백신 접종이 대부분의 후유증 증상의 위험성을 줄여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비정상적인 호흡이나 인지 장애 등 일부 후유증상 위험성을 낮춰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경우 중증의 후유증 환자들을 대상으로만 진행돼 일상적인 가벼운 후유증 환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이같이 백신이 코로나19 후유증을 줄여주는 효과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코로나19 후유증 자체의 원인이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전혀 다른 환자들 사이에서 잠재돼 있던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완치 후에도 남아 있는 바이러스의 잔재나 유전적 물질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이론에서는 과도한 면역 반응에 의해 초래된 혈액 순환 장애나 염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사키 아키코 예일대 면역학 교수는 "백신에 의해 생성된 항체가 바이러스의 잔재를 제거해 줘 접종자들에게 후유증으로부터의 지속적인 방어막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자가면역 질환과 유사한 포스트바이러스 반응으로 인해 생겨나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백신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뿐 피로감 같은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을 맞으면 효과가 있을까?. NYT는 "올해 초 후유증을 앓고 있던 몇몇 환자들이 백신 접종 후 브레인 포그, 관절통, 숨가뿜, 피로감 등의 증상이 개선됐다는 사실이 보고된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이후 후유증 환자 중 백신 접종 후 증상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는 사람은 별로 없고, 오히려 악화됐다는 사람들도 종종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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