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 낮은 신용점수 탓에 저축은행에서도 대출거절을 당했던 전은지(27세,가명)씨는 돈을 빌리려고 사방팔방 알아보다가 대출중개사이트에 들어갔다. ‘경기, 50 급전 희망합니다’ 글을 올리자 자신을 ○○론(loan) 팀장이라 소개한 사람에게 연락이 왔고 통장에 입금이 됐다. 일주일마다 7만원씩 이자만 내는 신세가 된 전씨. 대출 다음날부터 핸드폰으로 보이스피싱 전화까지 실시간 걸려왔다.
# 피자매장에서 근무하는 김성진(31,가명)씨는 생활비가 모자라 100만원을 대출중개사이트를 통해 빌렸다. 대부업자는 처음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35만원을 떼고 65만원만 줬다. 김씨가 매주 월요일마다 낸 이자는 15만원. 자살까지 생각했던 김씨는 대부금융협회 센터에 신고했다. 센터 관계자는 "대출금액 65만원, 상환금액 75만원, 대출 사용기간 36일로 납부이자율만 286%에 이르는 피해 사례"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출중개사이트는 감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출중개사이트는 저신용 대출자들과 사채업자를 손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수료를 받지 않고 광고수익으로 운영되는 영업방식 탓에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25일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온라인 대부 영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금융소비자가 무등록 대부업체에 연결돼 대출 상담을 해도 불법업체 여부를 알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장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대출중개’라고 입력해 봐도 별 문제 없어보이는 사이트 수십개가 우르르 쏟아진다. 대출 수요자가 이런 대출중개사이트에 문의 글을 올리면 거기에 있는 연락처로 대부업자가 전화를 해 불법 계약이 벌어진다.
대출중개사이트는 등록 대부업자의 광고를 걸어주고 수익을 얻는다. 이 사이트들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중개업자임에도 이들이 내는 반기별 영업보고서에는 중개 건수 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중개사이트가 광고만 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출수요자들이 사채업자와 바로 통하는 이 사이트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의미다. 현재는 당한 소비자가 직접 관련 기관에 고발하는 것이 구제 방법의 전부다.
금융소비자법으로도 이 사이트들의 영업을 중개 행위로 판단하기 힘든 실정이다. 소비자가 게시글을 올리면 사채업자는 개별 연락을 해 사이트 밖에서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사이트가 수수료를 받지 않아 대출 계약을 늘리기 위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펼친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이유에서 ‘대출중개사이트는 중개보다는 금융광고 행위를 한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대출중개사이트는 전국 대부업자의 광고를 게시하고 있어 사실상 전국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며 "2개 이상 시·도에 영업소가 있는 대부업자를 대형 대부업자로 지칭하고, 금융위 등록대상으로 지정한 대부업법과 일관되게 대출중개사이트를 금융위 등록 대상으로 전환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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