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 변호사(88)가 별세했다. 20일 오후 11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민변의 큰 어른이신 한승헌 변호사님이 작고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34년 전북 진안군에서 태어나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하고, 법무관을 거쳐 1960년 검사로 임관했다. 통영지청·법무부 검찰국·서울지검 등에서 5년간 근무한 후엔 변호사로 개업했다.
고인은 군사정권인 1965년 본격적인 인권변호 활동을 시작하며 수많은 양심수와 시국 사범을 변호했다. '동백림 간첩단 사건'(1967), '민청학련 사건'(1974), '인혁당 사건'(1975),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1980),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2004) 등 여러 시국사건을 맡았다.
군사정권의 탄압에 직접 고초를 겪기도 했다. 고인은 1975년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고(故)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재심 끝에 2017년 무죄를 확정받았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당시 공범으로 지목돼 투옥되기도 했다.
1986년 고인은 홍성우 변호사, 조영래 변호사 등 인권변호의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과 민변의 모태가 된 '정의실천법조인회(정법회)'를 결성했다. 정법회와 청년변호사회(청변)가 통합한 민변은 1988년 5월28일 51명의 회원으로 출범했다.
고인은 김대중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땐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리인단에 소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에는 선거 캠프 통합정부 자문위 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기자협회 법률고문과 한겨레신문 창간위원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관훈클럽 고문변호사 등을 거쳤다.
2018년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하고 사법개혁과 사법부의 탈권위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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