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최근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가 잇달아 일어나는 가운데 이번에는 제주에서 산 채로 땅에 묻힌 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제주서부경찰서는 학대가 의심되는 개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고 20일 밝혔다. 이 개는 전날(19일) 오전 8시50분께 제주시 내도동 도근천 인근 공터 땅속에 코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파묻힌 채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특히 개가 묻힌 땅 위에는 돌까지 얹어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자는 한 중고물품거래사이트에 글을 올려 "아는 분께서 발견하고 개를 바로 구조했다. 저는 경찰에 신고했다"며 "구조 당시 개는 몸이 매우 말라 있었고, 벌벌 떨며 뭘 먹지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해당 개의 등록칩을 확인한 결과, 개는 주인이 있는 푸들로 확인됐다. 구조한 개는 일단 제주시청을 통해 보호시설로 옮겨진 상태다.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동물학대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는 총 992건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발생했으며 총 1014명이 검거됐다. 10년 전인 2010년(78명)과 비교하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10배 이상 폭증한 상황이다.
그러나 증가한 동물학대 건수에 비해 처벌 수위는 현저히 낮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붙잡힌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4358명)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인원은 2751명(63.1%)이었다. 이 중 실제 구속은 5명에 그쳐 제대로 된 처벌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동물학대 사건이 늘어난 만큼 학대 유형 또한 잔혹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에는 제주시 한림읍에서 주둥이와 발이 노끈으로 묶인 강아지 '주홍이'가 발견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 주홍이의 두 앞발은 등 뒤로 꺾여 있었고, 노끈은 자르기 어려울 정도로 꽉 묶여 있었다. 현재 주홍이는 임시보호처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8일에는 전남 영광군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차량 뒤에 매달린 채 도로에 그대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특히 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강아지의 핏자국이 남기도 했다. 해당 견주는 강아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전면개정안에 따르면 동물학대 행위를 저지를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동물을 학대한 사람은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도 최대 200시간 이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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