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중국의 비밀 첩보 위성이 발사된 지 6개월 만에 목표한 곳이 아닌 특이한 궤도에서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고 있다.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뉴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우주군 사령부의 추적 정보를 인용해 중국이 6개월 전 발사한 비밀 첩보 위성 '스옌10호'가 현재 당초 목표인 지구동기궤도(약 3만6000km)가 아니라 '몰니야(Molniya)' 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몰니야 궤도는 북반구 고위도 지역 관측용으로 주로 쓰이는 특이 궤도다. 63.6도의 경사로 고도 1880km~3만8881km 사이를 크게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타원형으로 하루에 2바퀴를 돈다. 고위도 지역을 관측하기 위해 옛 소련이 1970년대 고안해냈다. 고도 3만6000km에 자리 잡은 정지궤도의 경우 저위도ㆍ적도 지역에선 위성과 24시간 통신이 연결되지만, 고위도 지역에선 끊길 때가 많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몰니야 궤도에선 3개의 위성만 있으면 24시간 통신 중계 및 실시간 조기 경보, 지구 관측이 가능하다.
그동안 미국이나 러시아 위성들이 종종 이 궤도를 사용한 적이 있지만 중국 위성은 스옌10호가 처음이다. 특히 스옌10호는 처음 발사 당시 예정했던 목표가 몰니야 궤도가 아닌 상태에서 전격 궤도를 변경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스옌10호는 지난해 9월27일 창정 3B 발사체에 실려 정상적으로 발사되긴 했지만 주엔진 점화 실패로 목표인 지구동기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후 이 위성은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지구동기궤도의 가장 낮은 고도에 근접한 것이 관측되는 등 당초 목표를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듯 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우주 당국이 주엔진 고장 후 보조 엔진을 활용해 지구동기궤도에 진입하려다 목표를 수정해 연료 집약적 엔진 운용을 통해 몰니야 궤도에 진입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침 중국은 스웨덴 북부 키루나 지역에 위성 지상국을 운영 중이어서 스옌10호와 장시간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고위도 지역의 상황을 관측하기 위해 스옌10호의 운용 목적 자체를 변경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최근 우주 전력을 크게 강화하면서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미 국방정보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새 중국ㆍ러시아의 우주 전력은 70% 이상 급성장했다. 이 보고서는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 영역에서의 미국 및 동맹국들의 리더십을 훼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음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국이야 말로 우주 공격 무기를 개발해 배치하면서 우주에서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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