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책임론이 불거졌던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회사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면서 최수현 대표 체제 하 조직 문화 쇄신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네이버에 따르면 최 전 COO는 최근 해피빈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회사에 전달하고 사퇴했다.
최 전 COO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다. 한 때 유력한 차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로 관측되기도 했지만, 이번 사퇴로 네이버의 모든 직을 내려놓게 됐다. 앞서 최 전 COO는 지난해 5월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직원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COO와 등기이사, 광고 부문 사업부인 비즈 CIC대표 등에서 사퇴한 바 있다.
회사 내에선 최 전 COO의 사퇴가 최수현 대표의 조직 문화 쇄신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최 대표는 취임 전부터 직원 400여 명을 직접 만나 네이버 조직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해결 방법을 모색해 왔다.
대표에 오른 후에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 직속 ‘직장 내 괴롭힘 조사기구’를 설치했으며, 법정 근로시간에 따른 셧다운 제도와 연봉재원 10% 인상, 3년 이상 근속시 최대 6개월 무급 휴직 등 새로운 보상·복지 체계도 마련했다. 그는 "도약을 위해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한 쇄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도 조직 쇄신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직원 사망 사건 이후 책임자로 지목된 최 전 COO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계열사 대표로 자리를 옮기거나 직을 유지하는 등 여전히 실력 행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의 ‘선배 기수’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쇄신 정책을 펼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도 다수 존재했다.
그런 면에서 최 전 COO의 용퇴는 조직 쇄신의 진정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최 전 COO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는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 해온 인물로, 최측근 인사로도 꼽힌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진정한 의미의 세대 교체가 완성돼 가고 있는 것"라며 "조직 문화 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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