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장물로 사들인 물건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고 속여 보물 지정을 받은 사설 박물관 운영자와 아들이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허위 지정 등 유도) 혐의로 기소된 A씨(73)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아들 B씨(50)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북 영천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는 이들 부자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C씨에게서 1500만원에 중국 명나라 때의 법전 '대명률(大明律)'을 구입했다.
대명률은 명나라의 주원장이 황제에 즉위하기 한해 전인 1367년 편찬에 착수해 1373년 완성한 법전으로, 조선도 이를 가져다 법률로 활용했다.
A씨 부자가 손에 넣은 대명률은 1389년 명나라에서 수정 편찬된 책을 판각 인쇄한 판본이었다.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 1397년 반포본보다 연도가 앞선 희귀본이다.
두 사람은 몇달 뒤 영천시청으로 가서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았다"며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고, 이 대명률은 2016년 보물 1906호로 지정됐다.
문제는 A씨 등이 산 대명률이 1998년 경주에서 도난당한 장물이라는 점이었다.
A씨 등은 장물업자 C씨로부터 대명률을 구입할 당시 이후 대명률이 보물 등 지정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C에게 100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약속했는데, A씨 등이 보물 지정 이후에도 약속한 추가대금을 지급하지 앉자 C씨가 수사기관의 수사에 협조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검찰은 두 사람을 문화재보호법상 허위 지정 등 유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문화재보호법 제91조(허위 지정 등 유도죄)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문화재 또는 임시지정문화재로 지정하게 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1심은 "대명률 취득 경위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은 죄질이 상당히 나쁜데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며 A씨에게는 징역 5년, B씨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안동에 있는 D씨(2009년 9월 사망)로 인해 장물알선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2006년 6월 출소했고, 같은 해 9월 D를 만나 과거 일을 따지는 과정에서 D가 갖고 있던 책 중에서 하나를 달라고 했는데 그게 대명률이었고, 출소 후 형편이 어려워 A씨에게 대명률을 판매했다"는 C씨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또 이들이 대명률이 집안 대대로 가전돼 왔다는 증거라며 제출한 문화재매도대장 사본의 원본을 제출하지 못한 점도 유죄의 증거가 됐다.
2심 역시 A씨 부자의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허위로 이 사건 대명률을 제작해 이 사건 문화재 지정신청을 한 것은 아니고, 현재 이 사건 대명률은 큰 훼손 없이 위탁보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의 형을 감경, A씨에게는 징역 3년을, B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특히 아들 B씨의 경우 범행의 가담정도가 A씨에 비해 가볍고, A씨와 달리 관련 범죄전력이 없다는 점이 감안됐다.
이들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두 사람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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