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요약하자면 당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외환은행 부실 문제는 론스타의 자본참여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밀실에서 비밀리에 결정되고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러한 결정에 동참했던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 청문회 검증을 앞두고 있는 추경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한 말이다. 최근이 아니다. 2006년 3월22일 재정경제부 홈페이지 ‘정책해설’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서다. 당시 그는 재정부 금융정책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일었고 3년이 지나 감사원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던 때다. 추 후보자는 원고지 30장 분량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그때는 올바른 정책 결정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추 후보자는 "외환은행 업무 관련 정부 실무자들은 법상 허용돼 있더라도 국내 자본도 아니고 금융기관도 아닌 론스타 펀드에 외환은행 지분 취득을 허용하는 것이 나중에 비판과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부실화를 기다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당시 판단했다는 게 추 후보자의 얘기다. 그는 "당시 경제 상황과 외환은행의 부실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정책 판단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해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를 받지 않고 대형은행이 완전히 부실화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 사고가 난 이후에 수습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무책임하게 대응할 수는 없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추 후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1999년 대우그룹, 2000년 현대그룹의 해체가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잠재적 부실이었던 가운데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2003년 카드사태 등으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우려되던 시기였다"면서 "외환은행은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등 주요 대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우리 금융산업의 아킬레스건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카드가 2003년에 1조4000억원 상당의 적자를 냈고 외환카드 2대 주주인 올림푸스가 그해 9월 증자를 거부하는 등 외환은행의 부도 위험성이 커지고 있었다고 했다.
추 후보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 방식의 증자와 해외 증권 발행 등이 모두 무산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외환은행에 관심을 표명한 곳이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와 뉴브리지였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입장에서는 론스타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대주주 자격 부여 문제는 민간위원들도 참여하는 금융감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된 사항으로 밀실에서 비밀리에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선 "유사한 시기에 매각이 이뤄진 조흥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비교하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매입 가격이 약간 높았다"면서 "그게 당시의 시장 평가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외환은행에 대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본 유치가 없었다면 초래됐을 2003년 하반기 금융시장 상황을 상상해보면 아찔할 뿐 아니라 얼마나 부끄럽고 무책임한 행동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글을 마쳤다. 추 후보자는 해당 건에 대한 현재의 입장을 청문회 때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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