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 12일 경희대와 서울시립대, 한국외국어대 등 대학이 몰린 회기역 앞에 노인 10여명이 자리 잡았다. 노인 시민단체 노년유니언이 ‘죽음준비 교육 의무화 서명대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세대통합과 젊은이들에게 죽음의 존엄성을 일찍이 알려주기 위해 대학가에서 서명대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명대회에 참여한 한모씨(74)는 “과거 금융기관에서 명예퇴직한 후 사회적 역할이 없다는 것에 공허함과 두려움을 느꼈지만 죽음의 존엄성을 알게 된 후 삶의 활기를 느꼈다”며 “많은 사람이 이 같은 내용을 알면 좋을 것 같아 서명대회 참가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명대회를 통해 크게 ‘적극적 안락사법 도입 촉구’와 ‘죽음준비 교육 의무화’를 요구했다. 단순 적극적 안락사 도입을 넘어 죽음준비 교육까지 받아야만 죽음을 직시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고현종 노년유니언 사무처장은 “죽음준비 교육 의무화까지 이뤄진다면 삶을 존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며 “노인 우울증이나 사회갈등 등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년유니언은 내달 9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안락사법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현재 한국은 안락사를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구분하고 있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의 소극적 안락사는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따라 일정 조건을 맞출 경우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약물 등 인위적 방법으로 죽음을 택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촉탁살인죄, 자살방조죄에 해당해 형법 제252조에 따라 징역형을 처벌받게 된다.
해외에선 일부 국가들이 적극적 안락사를 택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법을 시행한 국가다. 이어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캐나다, 콜롬비아, 뉴질랜드, 스위스, 호주 일부 지역 등도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다만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은 국가가 다수이다. 이에 스위스 등 국가에서 ‘원정 안락사’를 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죽음준비교육은 이미 많은 국가가 받아들이고 있다. 죽음준비교육이 대중화되기 시기로 1970년대를 꼽는다. 이 시기 이후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공교육이나 대학교육을 통해 죽음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공립 초·중학교에서 죽음교육은 정식 인가된 교육 과정이다.
고 사무처장은 “한국도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안락사 등 존엄한 죽음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들에게 죽음을 택할 기회를 부여해야 하며 죽음을 이 사회의 수면 위로 올릴 때 오히려 죽음과 삶이 존엄함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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