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황서율 기자] 2·4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된지 1년이 지난 현재 이 사업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삐걱대고 있다. 주요 사업 후보지마다 주민 반발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고 행정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사업은 아직 근거법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민간 주도 공급’을 강조해온 만큼 새 정부 계획에 따라 판이 다시 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 13개 구역의 공공개발 반대 주민은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정부와 서울시의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지역은 흑석2구역, 금호23구역, 신설1구역, 강북5구역, 홍제동3080, 신길 1구역, 신길2구역, 신길3구역, 신길4구역, 양평13구역, 거여새마을구역, 영등포구역, 흑석10구역 등 13곳이며 모두 공공재개발 후보지다. 13개 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삶의 터전을 빼앗고 대다수 지주의 재산권 침탈을 획책하며 졸속 추진되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진정서도 전달한다.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인 흑석2구역은 오는 19일 시공사 입찰 마감, 내달 1일 합동설명회 등이 예정돼 있었다. 재개발 반대 측에서 올 1월 동작구를 상대로 사업시행자 지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기각됐다. 최조홍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반대 비대위원장은 "본안 소송도 제기한 상태이고 헌법소원도 하면서 공동투쟁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달 말께 대통령인수위원회에 방문해 진정서를 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법적 다툼도 이어지고 있다. 도심복합사업 1호 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사업 반대 주민들은 지난달 말 도심복합사업 본지구 지정 고시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최근 신길4구역은 후보지 선정 철회를 요구하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권남용죄로 고소했다. 경기 부천 소사와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역세권 주민들도 각각 지난달 8일과 22일 노 장관을 고소했다.
공공 주도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은 민간 주도 공급을 강조해온 대선 후보의 당선 이후 추가로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공공재개발 반대 연대에 참여한 곳은 흑석2구역·금호23구역·신설1구역 등 3곳이었다. 새 정부가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민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관련 법안이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경기도 의왕시 내손가구역이 일몰제 연장 기한 종료로 최근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현 정부의 공공 주도 2·4 공급대책이 전면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새 정부의 출범으로 공공 주도 공급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었다"면서 "윤 당선인 취임 이후 공공재개발이 민간 주도 재개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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